최대 고비될듯…탈레반내 강온파 대립이 변수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한국인 피랍사태가 27일로 40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측 사이의 대면접촉이 금명간 개최될 예정이어서 인질석방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정부 소식통은 애초 어제(26일) 오후 탈레반측과 대면접촉을 하려 했는데 기술적인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며 조만간 대면접촉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 탈레반과의 4차 `협상’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측은 지난 16일 세번째 대면접촉 이후 4차 접촉을 추진해왔으나 의견의 일치를 보지못해 10여일째 미뤄왔다.
대신 양 측은 위성전화 등을 통해 꾸준히 대화를 나눠 인질석방 조건에 상당 부분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는 지난 25일 아프간 주둔 한국군과 아프간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기독교 선교자들의 수 주내 철수가 인질석방의 조건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피랍사태 초기에 이미 연내 철군을 약속했고 지난 7일에는 아프간을 여행금지국으로 공식 지정,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비정부기구(NGO) 요원들의 철수를 유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조건의 이행만으로 탈레반이 인질석방에 합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슬람 최대 명절인 라마단을 앞둔 특별사면 형식으로 장기복역 중인 탈레반 죄수와 아픈 수감자, 여성 재소자 등을 풀어주기로 이면합의를 이뤘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탈레반의 `인질-수감자 맞교환’ 요구에 아프간 정부가 거부의사를 분명히 해왔으나 라마단 사면에 대해서는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조만간 재개될 4차 협상에서는 또 인질 석방의 부대조건으로 `몸값’을 주고받는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탈레반 지도부는 우리는 돈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지만 인질들을 억류해온 지역 탈레반 측에서는 그간 들어간 인건비와 관리비 명목으로라도 일정 액수의 몸값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6일 인질석방 교섭에 참여한 아프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탈레반이 인질 1명당 1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인질석방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탈레반 내부의 강온파 대립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탈레반 지도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권 국가 및 국제사회의 여론 등으로 인해 가급적 인질의 조기 석방에 합의해줄 의향이 있으나 인질을 직접 납치하고 억류해온 지역 탈레반은 `맞교환’ 요구와 거액의 몸값 제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질을 석방해줄 수 없다는 의견을 내부적으로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예전에도 인질 8명이 석방된다고 하다가 갑자기 희생자가 발생한 적이 있지 않느냐며 곧 있을 대면접촉에서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인질 석방 문제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며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fre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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