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겹친 한미정상회담 개최 여부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청와대는 18일 갑작스레 날아든 남북정상회담 연기 소식에 북측의 진의파악에 분주하면서도 정상회담 준비에 다소 여유가 생긴 만큼 차분히 준비해 나가자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남북정상회담 북측 실무책임자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전통문이 김만복 국정원장 앞으로 날아들자 문재인 비서실장 주재의 정상회담 추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통일.외교.국방장관 등과 안보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 등 추진위 참석자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긴급 회의 소집 통보를 받고 청와대로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북측의 진의를 분석한 뒤 즉각 전통문을 통해 10월 2∼4일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했고, 북측은 지체없이 이에 동의하는 등 정상회담 연기요청과 새로운 일정 확정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오전 문재인 비서실장과 백종천 안보실장으로부터 긴급히 보고를 받았지만 어떤 반응을 보였는 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측의 이번 정상회담 연기 요청에 대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청와대는 최근 북한지역에 내린 폭우로 인한 피해복구작업에 따른 것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2000년 제1차 정상회담 당시에도 애초 6월 12∼14일로 합의한 상태에서 북측은 하루 전날 13∼15일로 하자고 통보해 와 연기된 바 있다. 이 때도 갖은 억측이 나돌았지만 북측은 준비에 보다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었다.
이런 공식 반응을 방증하듯 청와대는 북한의 수해가 예상보다 커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지원키로 결정된 긴급 구호물품을 빠른 시일 내에 북측에 전달토록 통일부에 지시하는 등 대북수해지원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불과 23일 앞두고 합의돼 준비시간이 촉박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기로 다소 여유를 갖고 차분하게 회담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연기가 당혹스럽다는 기류보다는 오히려 큰 변화없이 차분하게 준비에 충실을 기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이 10월 초로 연기됨에 따라 9월 말 10월 초로 추진되고 있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은 양측이 개최일 시기와 형식 등을 놓고 협의해오고 있는 중으로, 가능한 한 시기와 형식에 관계없이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9월 초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리고 그것이 별도 회담을 갖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실질적인 회담이 된다면 9월 말, 10월 초에 추진하고 있는 한미 정상회담은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미정상회담을 여는 방안도 전혀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APEC 정상회의 기간의 한미정상회담과 뒤이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또다시 한미정상회담이 곧바로 열린다면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북핵 6자회담과 일각에서 거론되는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이 대선을 불과 2개월여 앞둔 10월 초에 열린다는 점에서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하고 나섰다.
한 관계자는 대선과 관계없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을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북핵과 경협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이런 소중한 기회를 미룰 수 없으며, 각 정당이 긍정적인 태도로 임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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