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한국 특사에 만족’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9일째 이어지면서 피랍자들의 건강상태가 우려되고 있다.
무장세력에 피살된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씨가 27일 성남에서 가진 인질 석방 호소 기자회견 도중 오열하고 있다.
피랍자 22명이 무덥고 건조한 사막지대에서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는 인질 상황에 처해있는 데다, 약품과 식량 공급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피랍자들 중 일부는 심각한 지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품이 부족하다’, ‘인질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가족들의 염려도 커지고 있다. 피랍자 임현주(32)씨도 지난 26일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아프며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호소했다.
피랍자 가운데 평소의 병을 몸에 지닌 채로 봉사활동을 떠난 이는 유경식(55)씨와 김지나(여·32)씨다. 유씨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고 현재도 호르몬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갑상선암은 2주 이상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몸이 붓고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피랍 사태가 벌써 9일째로 접어 든 만큼, 유씨가 그곳에서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한 탈레반 지도자는 26일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인질 가운데 남성 1명이 상태가 좋지 않아 치료를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이 유씨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지나씨도 척추 질환을 앓아 왔다.
김씨 어머니는 “허리가 많이 아프고 눈이 충혈돼 응급조치까지 받고 출발했다”며 “딸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도 출국 전 미니홈피에 “아픈 몸을 이끌고 떠난다”고 밝혔다.
나머지 20명은 비교적 건강이 양호한 상태에서 출발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러나 피랍 후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에 시달리고 있어 체력이 저하된 채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탈레반측이 인질들을 2~3명씩 소그룹으로 나누어 격리시키고 있다면, 그에 따른 고립감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인질협상 전문가들은 인질로 붙잡힌 지 1주일이 지나면 공포감이 도를 넘어서 서서히 자포자기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피랍자들이 억류돼 있는 아프가니스탄 가주니주 카라바그 지역은 해발고도 2000m가 넘는 사막의 건조한 고지대다. 이곳은 산소가 부족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진다. 또 낮에는 섭씨 40도를 훌쩍 넘으며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밤에는 반대로 급격히 온도가 떨어진다. 탈레반 무장세력들은 정부군과 미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거점을 계속 옮기고 있어 인질들도 피로에 지친 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숙소, 음식, 의복 등 기본적인 생활 여건도 보장이 안 되고 있는 데다, 배 목사의 죽음을 알게 됐을 때 받을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평소에 건강이 좋던 사람도 인질로 잡혀 있는 극한 상황에서는 두통, 위장 질환,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유범희 정신과 교수는 “긴장·공포 상태가 지속되면 조그마한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게 되고,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며 “피랍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을 당한 후 발생하는 불안·대인관계 회피 등의 정신적 장애)’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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