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질 내세워 아프간-한국정부 압박..美군사작전 차단용
(워싱턴 도쿄=연합뉴스) 조복래 최이락 특파원 = 탈레반 무장세력이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정보당국의 한 소식통은 한국인 23명을 인질로 잡았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인질의 육성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한 것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협상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26일 분석했다.
탈레반은 이날 한국 여성인질을 내세워 미국 CBS 방송, 아프간 파지와크 통신과 직접 전화인터뷰를 갖도록 주선했다.
지난 19일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뒤 인질의 육성이 외부에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자신의 이름이 유 천주(Yo Cyun-Ju)라고 밝힌 한 인질 여성은 CBS와 가진 단독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지금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다면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약 3분간에 걸친 통화에서 이 여성은 또 우리는 탈진 상태에 빠져 있으며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면서 가급적 빨리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찬 조(Chan Cho)라는 여성도 아프간 파즈흐와크 통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인질 생활의 어려움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전했다.
이 여성은 아프간 공용어인 다리어로 인질 가운데 여러명이 병세가 있지만 충분한 약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여성은 또 아프간 정부에 대해 때를 놓치기 전에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교환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 무장세력 사령관이 이처럼 연약한 여성 인질을 앞세워 인질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아프간과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으로 미 정보당국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른바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교도통신도 탈레반이 인터뷰를 통해 인질의 고충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아프간 및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정보 관계자는 탈레반이 돈과 포로 교환 등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인질들을 내세워 본격적인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앞으로 단계적 협상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질들을 순차적으로 내세워 외국 언론들과 인터뷰를 하도록 하거나, 일부 인질들에 한해 협상을 계속, 한국주둔군 철수와 돈 확보, 포로 교환 등 실리와 명분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이번 육성 공개는 인질 8명의 석방설을 둘러싸고 전날 혼선을 빚은데다 그들의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 인질들의 육성을 통해 나머지 인질 22명의 안전을 확인케 함으로써 한국 특사를 통해 본격적인 협상에 임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탈레반은 미국 등 다국적군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려는 의도도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AP와 CNN 등 주요 언론들은 아프간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인질 22명이 세그룹으로 분리돼 격리수용돼 있는 것으로 보도했으나, 이날 CBS를 통해 두그룹으로 분류돼 있다고 수정함으로써 혼란을 초래, 군사 공격을 차단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cb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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