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교황 자의교서에 서명
로마 가톨릭 교회가 라틴어 미사 재도입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라틴어 미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교황 자의교서’(motu proprio)에 최근 서명했으며, 이 교서는 2∼3주 안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18일 전했다. 교황 자의교서는 교황 자신이 특별히 관심을 지닌 주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서명한 문서이다. 1570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확정돼 1969년까지 진행됐던 `트리엔트 미사’의 옛 전통을 부활시키는 것과 관련해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 취임하기 이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 왔던 게 사실이다.신앙교리청 장관으로 재직시 요세프 라칭거 추기경이었던 베네딕토 16세는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적 라틴어 미사에 향수를 지닌 가톨릭 신도들에게 거듭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과로 도입된 현 가톨릭 교회의 규정에는 라틴어 미사를 드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교황청 또는 해당 지역 추기경들로부터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트리엔트 미사’의 경우 완전히 라틴어로만 진행되며, 오늘날의 의식과는 달리 사제가 신도들 쪽이 아니라 성찬대 쪽을 향한 채 미사를 집전한다. 그러나 라틴어 미사의 재도입 문제는 가톨릭에서는 상당히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뒤이은 전통의식의 포기는 프랑스의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를 비롯한 극보수파들의 반발을 사면서 로마 가톨릭 교회는 한동안 내분을 겪었던 사정과 관련이 있다.
르페브르 대주교는 훗날 교회법을 어긴 4명의 추기경을 신성화했다는 이유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파문을 당한 바 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라틴어 미사가 재도입될 경우, 그 같은 가톨릭내 극보수파 세력이 결집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르페브르 대주교 사건을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는 프랑스는 물론이고 대다수 나라들에 있는 주교들은 그동안 라틴어 미사의 재도입이 교계를 분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같은 나라에서 어떤 교구에서는 라틴어 미사를, 다른 교구에서는 현지 언어 미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이에 교황청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다소 걱정스럽게 교서의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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