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시련을 딛고 대학을 졸업한 제시카 이씨(앞줄 오른쪽 네 번째)가 15일 졸업식에서 친구 및 지인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이은호 기자>
8년전 일가족 살해사건으로
졸지에 고아된 제시카 이씨
역경 딛고 대학졸업 ‘뭉클’
양아버지가 벌인 일가족 총격 살해 사건으로 졸지에 고아가 됐던 한인 학생이 사건의 충격으로 인한 힘든 시절을 극복하고 당당히 대학을 졸업해 주위를 뭉클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8년 전인 지난 1999년 LA 한인타운에서 발생했던 백무본씨의 일가족 살해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제시카 이(24·한국명 이연아)씨로 그녀는 15일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오렌지카운티’(AIOC)의 졸업장을 받고 디자이너로서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놨다.
어린 나이에 큰 시련을 겪었지만 이날 애나하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쓰고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한 이 양의 얼굴에는 기쁨과 희망의 표정만이 가득했다.
한인사회에서 가정불화로 인한 비극으로 기록된 백무본씨 사건은 백씨(당시 55세)가 가정폭력 등 문제로 처가 가족들과 심하게 다투다 부인 백영희(당시 50세)씨와 큰 처남, 작은 처남 부부 등 4명을 총격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었다.
당시 계부의 손에 어머니와 외가 친척들을 잃은 기구한 운명의 16세 소녀는 어느덧 스물 네 살의 숙녀가 돼 있었다. 애니메이션 미디어 아트를 전공한 이씨는 “6년만의 졸업이라 홀가분하며 졸업과 함께 평소에 꿈꿔오던 모자 디자이너로 취업까지 해 기쁨이 두 배”라며 “이제는 도와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보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10대의 예민한 시절 큰 충격을 받았던 이씨가 밝고 건강하게 자란 데는 부모를 자청하고 나선 한 백인 부부의 역할이 컸다. ‘팀 제시카’라고 적힌 이씨 사진을 목에 걸고 졸업식에 참석한 페리 무어, 캐서린 무어 부부는 “제시카가 졸업해 평소 꿈꾸던 디자이너가 돼 너무 기쁘다”며 졸업하는 이씨를 축하했다.
이들은 지난 2002년 대학에 진학한 이씨의 첫 데이트 상대였던 크리스 무어의 부모로 무어 부부는 아들로부터 이씨의 사연을 전해듣고 이후 이씨를 친딸처럼 보살피며 뒷바라지했다고 한다.
무어 부부는 “우리는 제시카까지 2남 2녀를 거느린 대가족으로 앞으로도 제시카는 영원히 우리 가족일 것”이라며 뒤늦게 얻은 한인 딸에 대한 사랑을 표시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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