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대학에 입학한 것은 미국의 침공 무렵이었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의 독재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줄 것으로 믿었던 그들은 전 세계 다른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친구 및 훌륭한 교수들과의 만남, 그리고 신나는 파티로 이어질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었다. 성공과 행복한 미래가 손에 잡힐듯 눈앞에 다가온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요즘 이라크의 약5만6,000명 금년 대학졸업생들은 불안과 분노에 쌓인 채 대학문을 나서고 있다.
4년전 미국침공 당시 입학 “미국을 믿었는데…”
유혈 캠퍼스에서 학위취득 “보통사람의 행복 원해”
세계 최대강국 미국이 이라크의 민주화와 현대화를 실현시켜줄 시기에 대학에 들어간 자신들은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행운아라고 믿었던 이들은 조국을 떠날 방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인터뷰에 응한 7개 대학 30여명 졸업생들중 4명을 제외한 모두가 학위를 받는 즉시 해외로 떠나기를 원했다. 이라크의 안정은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은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상당수가 해외로 탈출해버린 이라크 중산층의 마지막 잔류 그룹인 이들은 조국을 떠나고 싶도록 만든 배신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많은 교수와 학생들을 살해하고도 그칠줄 모르는 폭력, 이슬람 강경파들의 세력 확장, 그리고 종파간 내전을 막지못해 대다수 중도온건파인 이라크 국민 보호에 실패한 미국…“미국이 우릴 해방시켜준 것엔 감사하고 있어요. 그러나 그후 너무 많은 미국의 실패가 이라크를 분열과 테러로 내몰고 있습니다”라고 한 법대생은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라크의 21개 대학은 학문의 전당에서 분열의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폭도들이 학교의 기물을 파괴하고 도둑들이 실험기구에서 예술품까지 닥치는 대로 훔쳐낸다. 2003년 영국군이 도착한지 며칠 안돼 바스라대학의 건물이 파괴되었고 2004년 6월 바그다드대학의 지리학교수가 퇴근길에 살해당했다. 살해된 교수만도 200명이 넘는다.
키르쿠크 법대의 학생수는 2003년 85명에서 30명으로 줄어들었다. 유혈폭력과 공포 때문이다. 남은 학생들의 분노와 갈등은 갈수록 높아진다. 함께 증폭되는 것이 미국을 향한 분노다. “미국이 이라크국민들을 모욕하고 있습니다”라고 법대생 압둘 알라비딘은 분개한다.
바그다드내 무스탄시리야 대학의 분위기는 특히 어둡다. 지난 1월 캠퍼스내 차량폭탄 테러로 70여명이 사망했으며 한달후 여성 자살폭파범의 교내 잠입으로 다시 40명이 희생되었다. 희생자 중 상당수가 졸업을 눈앞에 둔 학생들이었다. 친구와 교수들의 살점이 흩어져 떨어진 캠퍼스에서 공포와 분노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공부를 계속했던 자신들의 심정을 상상할 수 있느냐고 이들은 반문한다.
지난4월 바그다드 치과대학의 강의가 막 시작되려던 오전8시, 라커에서 폭탄이 터졌다. 내장이 밖으로 다 터져나온채 아직도 숨쉬고 있던 친구를 문쪽으로 옮긴후 눈을 감겨준 학생들 중 일부는 그길로 자퇴를 신청하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 중에도 지하드를 지지하는 이슬람 강경파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닙니다. 미국의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좋은데 취직하고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싶은 꿈을 가진 보통사람일 뿐입니다”라고 치과대 졸업생 무드하르 라피드는 미국을 향해, 세계를 향해 강변한다.
졸업을 며칠 앞두고 발생한 폭파테러로 바그다드대학은 졸업파티도 취소하고 졸업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신했다. 생사를 걸고 따낸 학위를 손에 든 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살 길은 해외도피다. “물론 마음이 아픕니다. 내 조국이니까요. 내 가족과 친구들을 뒤에 남겨놓고 가야하니까요. 그러나 이곳엔 미래가 없습니다”라고 라피드는 말한다.
바그다드대학의 금년 졸업생 무드헤르 라피드(오른쪽)와 아메드 바히르. 지난 4년간 유혈폭력이 난무하는 캠퍼스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찾으려면 조국 이라크를 등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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