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맹찬형 이승관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참여정부 평가포럼’ 연설에서 한나라당 양대 대권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2일 평가포럼 초청 강연에서 이 전 시장의 7% 성장론과 경부운하 계획, 박 전 대표의 열차페리 구상 등 두 주자들의 주요 공약을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의 집권에 대해 끔찍하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05년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 제안 등으로 범여권 내부의 반발과 혼선을 초래했던 노 대통령이 평가포럼 연설을 계기로 한나라당과의 대립전선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고강도 비판에 대해 이, 박 진영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며 강력히 반발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정말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좀 끔찍하다면서 지금 7% 경제성장률 외치는 사람들, 멀쩡하게 살아있는 경제 살리겠다고 하는데 무리한 부양책이라도 써서 경제위기라도 초래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 공약에 대해 대운하도 민자로 한다고 하는데 제 정신 가진 사람이 대운하에 투자 하겠느냐. 앞으로 토론이 본격화 되면 밑천이 드러날 것이라고 비판한 뒤 지도자의 정통성이 국가 위신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크다. 혹시 한국의 지도자가 독재자의 딸이니 뭐니 이렇게, 제가 그렇게 말한다는 게 아니고 해외 신문에서 그렇게 나면 곤란하다는 얘기다며 박 전대표도 겨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3일 `6.3 동지회’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7% 성장은 반드시 가능하다. 본인이 못한다고 해서 남이 못하는 것은 아니고 저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는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해야 할 말과 해야 할 일을 좀 구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통령 주치의를 정신과 전문의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인데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것인가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최경환 의원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일이나 잘 할 것을 걱정해야지 타당 대선후보에 대해 무슨 평가를 하느냐면서 국민한테 손가락질 받는 대통령의 말에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보려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 사이의 대립각이 가팔라지자 범여권은 노 대통령의 정치개입성 발언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말씀은 상당부분 동의할 수 있으나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고 지적했고, 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도 정책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한나라당 후보를 직접 공격한 것은 정치적 시비의 대상이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가장 원하는 게 노 대통령과의 대립구도인데 거친 공격이 오히려 그들을 살려줄 우려가 있다며 역효과를 우려했다.
다만 열린우리당내 친노(親盧) 성향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지지자들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옹호했다.
한편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 발언의 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나선 데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대통령 연설의 일부분은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 대한 반론 차원의 정책토론이었다며 기본적으로 이것이 선거법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mange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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