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H 매거진이 20호를 발행했다. 매주 발행되는 잡지이니 20주가 지났다는 뜻이다. H 매거진을 만들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신문쟁이의 시각을 잡지쟁이로 바꾸어야함이다.
모든 매체는 나름대로 특징과 장단점이 있다. 신문은 속보성과 정확성, 광역성을 내세우지만, ‘하루살이’란 약점이 있고, 방송은 엄청난 전파력을 지니지만 보관성이 없다. 젊은 세대에게 가장 파워풀한 매체라는 인터넷은 속보성과 광역성, 보관성을 두루 지녔지만, 익명성을 오용한 부작용 남발로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에 비해 잡지는 신문에 비해 속보성, 방송에 비해 전파력, 그리고 인터넷에 비해 광역성이 훨씬 뒤떨어지지만, 그런 단점을 보완하고도 남을 만한 아날로그적 장점을 지닌 것 같다. 기발한 기획이나 벽에 붙이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비주얼이 소장 가치를 높이는 것. 소장 가치가 있는 매체, 그게 바로 잡지의 존재 이유다.
H 매거진은 ‘한국일보’의 영문 이니셜이자 최근 미국과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Hallyu)의 영문 이니셜이다. 이제 한인 사회도 ‘비주얼’이 되니까 우리의 모습이 등장하는 매거진을 만들어 한류 열풍을 확산시키자는 의미를 담았다. 광고도 기사도 제대로 된 비주얼로 멋지게 한번 엮어보자는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코드는 분명히 ‘비주얼 컬처’이다. 인터넷이 지구를 하나로 묶는 글로벌 시대를 열었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언어의 수는 5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의 공통된 의사소통 수단으로 부상한 것이 ‘시각적인 아이콘’이다. 이미지 광고가 자리를 잡아가고, 그래픽 소설이 출판업계의 블루칩으로 부상한 것도 바로 이 ‘비주얼’ 덕택이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문자’에서 ‘시각’으로 이동한 건 분명하지만, 비주얼만으로 부족한 것이 잡지인 것 같다. 현란한 춤과 영상의 ‘보는 음악’ 시대를 열었던 MTV가 감각적인 볼거리 위주에서 벗어나 시청자 참여 지향적 컨텐츠를 보강하듯이 잡지도 독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단순히 삶에 필요한 정보는 굳이 잡지가 아니어도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잡지는 정보에 앞서 꿈을 주고, 꿈을 꾸게 하는 역할을 지닌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우리 가족이라도 특별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면 읽는 이에겐 즐거움이고, 소박하지만 이야기가 있는 우리 집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꾸민 그림 같은 집과는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독자들의 참여가 있고, 인간의 꿈이 존재하는 한, 잡지는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을 메신저로 자리를 지키리라 확신한다.
하은선 H매거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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