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문엔 이중열쇠구멍, 채우고 확인하고 빗장질.
밤손님들에게 초대장 남발하는 졸부댁, 고관댁에서나
하는 짓거리를 좁쌀 다이야 한 알 숨겨놓곤 웬 빗장질까지,
볼 메이는 집사람. 재벌사 경리원인 아들녀석, 이삼중
비밀장부에 삼겹살 비자금에 사오중 악취의 그 돈회사에도
열쇠구멍 하나뿐인데, 녀석 정말로 제 방의 이중열쇠구멍
하나만 채우고 다닌다. 아직 열쇠구멍에 손닿지 않는
손자놈, 사람 드나들라는 문에 웬 열쇠구멍이나며 살짝
밀기만 해도 열리게끔 문 사이에 꼬리를 끼워두고 다닌다.
우리 집 바둑이놈 한 수 더 뜨네, 세상에 열쇠구멍 뚫린
개집 없다며 손자놈이 살짝 열어놓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다닌다. 원근의 똥개들이 무상으로 출입한다. 우리 집
문이 활짝 열리는데 삼대를 뒷걸음치고 개들의 세상까지
후진해야 하는구나.

<김병현>

약력: 경북 예천 출생. 미주문협회장 역임. 재미시인협회 회원. 재미시협 제1회 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