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총통’은 독일영화로서는 최초로 만든 히틀러 코미디다.
얼간이 히틀러 묘사 코미디물 이어
무솔리니 소재 영화 두편 내달 촬영
전쟁세대 감소-신격화 깨는 계기로
2차대전 당시 파쇼국가였던 독일과 이탈리아 영화계가 최근 그동안 금기시 돼온 아돌프 히틀러와 베니토 무솔리니에 관한 드라마와 코미디를 만들면서 자신들의 어둡고 추한 과거를 과감히 들춰 내보이고 있다.
두 나라 영화계는 전후 60년이 지난 최근까지 히틀러와 무솔리니 그리고 이들이 나라를 지배하던 당시의 역사에 관해 논하기를 꺼려 왔다. 그러나 이제 독일과 영화계는 두 독재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들의 과거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고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우선 양국의 2차대전 세대의 인구 감소를 들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영화 세대들이 사악한 신화적 존재로 여겨져 온 두 독재자를 해체해 평범한 개체로 만듦으로써 마지막 금기를 깨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
독일에서는 지난 1월11일 히틀러에 관한 코미디‘나의 총통-아돌프 히틀러에 관한 절대적으로 가장 진실한 진실’(My Fuhrer-The Absolutely Truest Truth about Adolf Hitler)이 개봉돼 첫 주말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스위스 태생의 유대인 다니 레비(49)가 감독한 이 영화에서 히틀러는 성불능자요 약물 중독자인데다가 침대에 오줌을 싸는가 하면 욕조에서 인형군함을 갖고 놀고 애견에 나치제복을 입히는 얼간이로 묘사하고 있다.
1944년 12월 베를린이 연합군의 폭격으로 쑥대밭이 되면서 병들고 신경쇠약증에 걸린 히틀러가 중요한 신년 연설을 못하게 되자 히틀러의 선전상 괴벨스가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 배우 아돌프 그륀바우어를 골라 히틀러를 지도하도록 시킨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륀바우어가 히틀러를 코치하는 과정에서 온갖 코믹한 일들이 벌어지며 히틀러를 마구 조롱하는 풍자극이다.
독일 영화로서 히틀러 금기를 깬 본격적인 것은 2004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몰락’(Downfall)이다. 이 영화는 베를린 지하 벙커의 히틀러를 인간적으로 묘사했는데 이 때문에 일부 언론으로부터 ‘괴물을 인간화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독일에서는 나치 문장이 있는 기를 흔들거나 나치식 인사인 한 팔을 쭉 내뻗으며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것은 범죄행위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와 그의 20년 통치시대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 2편의 영화가 제작된다.
먼저 4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영화는 ‘미친 피’(Crazy Blood). 마르코 툴리오 지오르다나가 감독할 영화는 무솔리니 시대 파시스트에게 동조해 전후 사살당한 부부 연극배우 오스발도 발렌티와 루이자 페리다의 실화를 다룬다. 루이자로는 절세미녀 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나온다.
또 다른 영화는 정치·사회적 영화를 잘 만드는 마르코 벨로키오가 감독하는데 27세에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무솔리니의 서자 베니토에 관한 얘기를 만들 예정이다. 벨로키오는 “이것은 이탈리아의 비극이다. 국민 대부분이 모르고 있는 얘기로 영화화되면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될 얘기”라고 말했다.
두 영화의 제작에 공동 참여한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의 부국장 지안칼로 레오네는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이탈리아 영화인들도 이제는 조국의 어두운 역사를 다소 거리감을 두고 덜 적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면서 “이 역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소 무의식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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