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작품상 후보 ‘이오지마 …’출연
“이스트우드는 역시 최고의 감독”
오는 25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에서 일본군 사령관으로 나온 켄 와타나베(‘마지막 사무라이’로 오스카 조연상 후보)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이 영화는 태평양 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이오지마섬(유황도)의 전투를 일본측 시각에서 다룬 것이다. 와타나베는 이날 통역을 대동하고 인터뷰에 임했으나 별로 사용하지 않고 완벽하지 못한 영어로 대답했다. 나는 와타나베에게 일본 수상의 신사참배에 관한 견해를 물었으나 그는 답변을 회피했다. 인터뷰 후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와타나베는 내게 “답을 제대로 못해 미안하다”며 큰 미소를 지었다.
<켄 와타나베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중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이오지마섬 주둔사령관이었던 쿠리바야시 장군은 당신처럼 미국에 와서 미국을 배우고 돌아갔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그와 당신이 비슷하다고 느꼈는가.
▲그렇다. 쿠리바야시는 미국에 5년간 머무르며 배우고 미국 친구들을 사귀었다. 나도 미국서 일을 했고 친구를 사귀었으며 또 미국을 사랑한다. 난 미국을 상대로 싸우지 않아도 돼 다행이다.
-영화 속 일본군들은 전사함으로써 자신들의 평화를 찾는데 일본인으로서 당신은 이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가.
▲오늘날 많은 일본인들과 배우들은 그런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은 전통적인 것이긴 하나 받아들이기 쉬운 것은 아니다.
-일본어로 된 영화를 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의 작업 경험은 어땠는가.
▲클린트와 미국인 제작진들에게는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나는 일본어 대사에 대해 클린트와 일일이 상의했는데 클린트는 통역도 쓰지 않으면서도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촬영에만 온 신경을 썼다. 61년 전의 적들끼리 협력해 영화를 만든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미국인이 일본인의 전쟁에 관한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일본인들은 일본 영화를 미국 감독이 만든데 대해 크게 놀라고 있다. 일본의 진실된 역사와 감정을 미국인 감독이 묘사한 것에 대해 일본인들은 큰 감동을 받고 있다(이 영화는 현재 일본서 빅히트를 하고 있다).
-일본 수상의 신사참배는 한국과 중국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너무 정치적인 것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 난 단지 영화에서 일본 역사의 한 비극을 표현하려고 했다.
-이 영화는 반전영화인데 왜 인간은 전쟁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클린트는 영화에서 그저 사실을 말하고자 했지 설교를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나는 영화를 찍기 전에는 전쟁에 관해 복합적인 생각을 가졌었으나 영화를 찍고 나서 반전주의자가 됐다.
-미국서 성공한 일본 배우들은 조국에서 다소 환영을 받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당신의 경우는.
▲난 그런 것 못 느꼈다.
-일본 장군들을 생각하면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에서 저지른 만행의 장본인들로 여기게 된다. 그런데 쿠리바야시 장군은 이와 정반대다. 그는 특이한 인물이었는가.
▲쿠리바야시는 매우 이성적이요 실제적인 사람이었다. 다른 장군들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61년전 적들끼리 협력해 영화 만든건 놀라운 경험”
리허설 한번도 없이 촬영
-이오지마 전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오지마에 대해 말도 하지 않았고 글로 쓰지도 않았다. 그에 대한 교육이 전무했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계기로 고등학교에서 이 전투에 대해 가르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스트우드와 다른 외국인 감독과의 차이는.
▲매우 편안하고 조용하고 또 따뜻한 분위기의 촬영이었다. 우리는 단 한 차례의 리허설도 없이 촬영했다. 그래서 우리는 매우 신경이 쓰였는데 클린트는 우리가 잘못 해도 사람들은 늘 실수하게 마련이라며 그것을 그대로 썼다. 정말 독특한 감독으로 내가 함께 일해 본 감독 중 최고다.
-이오지마에 직접 가 봤는가. 어떤 느낌이었는가.
▲우리는 촬영이 끝난 뒤 그 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수리바치산에 올라갔다. 전쟁 후 시간이 멈춰선 느낌이었다. 일본인들은 일장기를 미군 묘지에 미국인들은 성조기를 일본군 묘지에 꽂은 뒤 모두들 기도를 했다.
-인간들은 끊임없이 싸우는데 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화와 상호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할리웃 영화에서 보다 많은 아시안 배우들을 볼 수 있지만 아직도 많은 경우 그들의 역은 판에 박은 상투적인 것들이다.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물론 내게도 종종 진짜로 웃기는 역이 제의되지만 난 흥미 있는 주제와 재미있는 얘기 그리고 호기심이 나는 작품만을 고른다. 좋은 감독도 내 작품 선택의 한 요소다.
-할리웃이 이젠 당신의 집이 되었는가.
▲반 반이다.
<쿠리바야시 장군이 고향의 어린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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