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다닌 초등학교는 부산 변두리 해변에 세워진 그림 같이 아름다운 교정으로 유명하다.
샌디에고 라호야의 토리파인 주립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해송들이 운동장 옆으로 줄을 서 있고 교실 창 너머 앞바다를 바라보면 멀리 오륙도와 조도가 창공을 가르는 갈매기 사이로 눈에 들어온다.
요즈음도 모교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어릴 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머릿속에서 다시 그려진다. 나중에 은퇴해 이곳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자는 생각을 가끔 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앞으로 수십 년 후에는 기자의 모교를 포함해 바다와 인접해 있는 대부분 도시들의 일부분이 물에 잠길 수도 있다는 유엔 국제기구의 공식 보고서가 발표됐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난을 경고하는 내용인데, 그 경고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130개국 2,50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난주 5일간의 연쇄회의 끝에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는 오는 2100년까지 지구의 기온이 섭씨 3도 안팎까지 상승하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28~43cm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경고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곰의 거처는 이제 거대한 빙하가 아니라 작은 얼음덩이가 되고 있다. 거대한 빙하가 굉음을 내며 물속으로 녹아들면서 남극의 라르손 빙하는 그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의 마을들은 바닷물에 잠겨 가고 있다.
이 보고서가 제시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사회가 계속되는 것이다. 기후학자들은 기온이 5도 상승하면 ‘재앙’이 올 것으로 본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대부분 녹아버려 중국 인구의 25%와 인도 인구 수억명이 식수원을 잃을 것이고, LA·런던·뉴욕·도쿄 등 대도시들이 높아진 해수면의 위협을 받게 된다.
스반 테스크 그린피스 환경운동가는 이번 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초래되는 엄청난 재난을 목격하고 있다. 향후 10여년간 경제와 생활방식에 엄청난 변화와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석유 등 화석연료이고 이의 수요가 계속 늘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온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과 중국. 두 국가의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량은 세계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된다.
우리 모두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계획과 실천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백두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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