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후 여성 최고위 선출직
낙태·동성결혼 옹호 진보주의자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사진)가 정계의 새로운 별로 떠올랐다. 그는 내년 1월3일 연방 의회가 개원하면 여성으로서 역사상 처음 하원의장에 취임한다.
이는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허용된 지 무려 90년만의 일이다. 민주당이 11월 중간 선거에서 의회 지배권을 탈환한 결과다.
그의 하원의장 취임은 건국 이후 최고위 선출직 여성의 탄생을 의미한다. 수정헌법 제25조에 따르면 하원의장은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 유고 시 권력승계 2순위의 자리다. 여권 신장의 목소리가 높은 미국에서도 여성이 의회의 최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이에 대해 펠로시 의원은 “나에게 주어진 이 기회가 여성도 권력의 최고위직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고 어떤 환경도 헤쳐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여성 파워를 강조했다.
펠로시 하원의장 취임은 미국인에게도 깜짝 뉴스로 통한다. 올해 초 USA투데이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의 50%가 “펠로시가 누구냐”고 반문했다. “그에게 정치색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상당수에 달했다는 것은 이를 반영한다.
펠로시 의원은 아버지가 볼티모어 시장과 5선 하원의원을 지낸 민주당 정치인 가족 출신이다. 오빠 역시 볼티모어 시장을 지냈다.
볼티모어의 리틀 이탈리아 출생. 다섯 아이의 어머니로 막내딸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46세에 정치에 뛰어들 정도로 가정적인 면모를 지녀 미국인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1987년부터 전국에서 가장 진보적 색채가 강한 캘리포니아 제 8선거구에서 11차례나 당선됐다. 그 동안 낙태와 동성 결혼을 옹호하고, 총기 소유에 반대하는 등 진보주의자로 명성을 쌓았다.
정파간 다툼이 심했던 지난 4년간 하원에서 민주당 대표를 지내며 투사의 이미지도 길렀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고 있으며 사회보장 강화, 고소득자 세금감면에 고개를 젓고 있다.
펠로시는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당내 극심한 분열을 수습하고 단결을 이끌어내는 등 탁월한 리더십과 균형감각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유의 친화력과 활동력으로 기금모금 능력도 뛰어나다. 11월 중간 선거를 위해 지난 4년 동안 무려 1억달러를 모금해 후보들을 지원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435석 가운데 232석을 얻으며 12년간에 걸친 공화당 의회 지배 체제의 막을 내리게 했다. 연방하원을 장악한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1월16일 비공개 회의를 갖고 만장일치로 펠로시 원내대표를 차기 하원의장으로 추대했다.
펠로시는 여성 정치인의 새 모델로도 주목 받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라는 ‘강한 남성’을 배경에 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는 달리 남성의 후광 없이 워싱턴 최고직위에 오른 여성이기에 정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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