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미녀 스타 샤론 스톤(48)은 여전히 아름답다. 샤론 스톤은 물결치는 긴 금발에 날씬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의상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스톤은 마틴 루터 킹 등의 어록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답변에 그의 말을 인용했다. 대단히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은근히 내비쳤다.
영화 ‘바비’(Bobby)에서 호텔 미용실 미용사로 나오는 샤론 스톤과 미국 LA 베벌리힐스의 리전트 베벌리 윌셔 호텔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바비’는 1968년 6월5일 민주당 대통령 예비선거 후보로 나선 바비 케네디가 미국 LA의 앰배서더 텔에서 암살당하던 날, 이 호텔에 있었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인터뷰를 마친 후 그녀와 악수를 나누며 ‘한국 기자’라고 나를 소개하자 스톤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상사를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염려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불상사란 핵실험을 말한다.
▲ 당신은 영화에서 미용사로 나오는데 여자와 머리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 미용실은 사람들이 그들의 비밀을 얘기하고, 또 서로 연계를 맺는 곳이다. 미용사는 손님의 머리를 만지고 ‘허니’라 부르면서 그들에게 위안, 치유, 친절을 제공한다.
우리는 살면서 사랑과 염려를 받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미용실이란 이런 우리에게 상냥함을 베푸는 곳이다.
▲ 영화 속 당신을 표현하는데 무엇이 또 누가 영향을 주었는가.
= 프랑스 배우 시몬 시뇨레의 헤어 스타일에 미국적인 취향을 더해 내 머리를 가꾸었다. 나는 중년의 삶에 지친 여자 역을 표헌하기 위해 옷도 허름하게 입고 나이도 들어 보이도록 애썼다.
▲ 여배우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레이건도 됐는데 왜 여자라고 안 되는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과거 직업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사용했으며 또 자신의 인격체를 어떻게 개발했는가 하는 점이다.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던 간에 진정한 이해란 문제 해결을 통해 이뤄진다.
▲ 바비 케네디가 살해됐을 당시를 기억하는가.
= 존 케네디가 암살당했을 때 이런 상실의 충격과 힘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학교 구내 방송으로 대통령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존에 이어 마틴 루터 킹과 바비 케네디의 암살은 내 생애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존과 바비의 이념은 종종 실종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에밀리오 에스테베스(감독)의 용기가 무척 자랑스럽다.
우리는 도전과 분란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시대에 처해 있다. 지금은 매우 위험한 암흑시기다.
▲ 바비의 암살 장면을 찍던 날의 경험을 말해 달라.
= 그 날 영화에 나온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 장면에서 모였는데 서로 하나가 되는 경험을 겪었다. 당시 앰배서더 호텔(코리아타운에 있다)은 학교를 짓기 위해 해체되고 있었다.
촬영에 들어갔을 때 분위기가 매우 감정적으로 변했다. 우리는 모두 과거로 돌아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강렬한 연기를 했다.
▲ 당신 첫 아이에 이어 마지막 두 아이도 입양했으나 언론으로부터 좋은 엄마가 못 된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 막내가 오늘 처음 돌아 누웠다. 그게 더 큰 뉴스다. 유명 인사들이 뭔가 좋은 일을 해도 매스컴들은 그것을 논란거리로 만든다. 마지막 두 아이를 잇달아 입양한 것은 그런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 바비 케네디의 연설에서 베트남을 제외시키면 요즘의 이라크를 생각나게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생각하는가.
= 종종 그렇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가 사람들을 보다 낫게 만들려 시도하고 있는가, 보다 용감해지려고 노력하는가이다.
▲ 당신은 늘 섹시했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섹시해 보인다.
= 나이가 먹으면서 육체가 점차 볼썽사납게 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남아있는 아름다움을 고마워하고 즐기면 된다. 예전에는 남이 날 흉보면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이제는 진실하게 바라보고 있다.
▲ 영화에서 당신은 진짜로 나이가 들어 보인다.
= 앞으로 여러 가지 다른 역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꺾어진 꽃들’ ‘바비’ ‘알파 독’ 등에 출연했다. 나는 중년여인으로 시대극과 현대극에 나오면서 실제적 경험을 하고 있다.
중년 여인의 삶에 관한 얘기를 경험하고 싶다. 나는 40이 되었을 때 절대로 내 나이에 대해 거짓말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중년 여인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다양한 역을 하고 싶다.
내가 내 딸의 애인과 자고, 내가 남의 남편과 자는 그런 어리석은 영화 말고.
외신협회원 기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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