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향해 호통치는 등 소극장 공연 연상케 해
개그, 이젠 현실 속으로….
개그 프로그램들이 현실과 소통을 꿈꾸고 있다. 최근 지상파 3사의 개그 프로그램의 간판 코너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객석과 거리로 진출하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고 시청자와 함께 웃음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KBS 2TV ‘개그 콘서트’다. ‘개그 콘서트’의 간판 코너 ‘골목대장 마빡이’는 시작부터 관객과 대화를 시도한다. 대본이 있다지만 전체적인 틀만 제공할 뿐이다.
마빡이, 얼빡이, 대박이, 갈빡이 등 등장 인물은 웃고 있는 관객을 향해 “코너가 길어지니까 웃지마!”라고 발칙하게 외친다. 웃는 바람에 대사를 까먹는 등 예전 같으면 방송 사고로 치부될만한 상황이 웃음을 증폭시키는 소재로 사용된다.
‘골목대장 마빡이’는 시청자가 게시판에 올려준 동작을 무대 위에서 그대로 보여주는가 하면, 서울 명동 거리에서 코너와 관련된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개그 콘서트’의 또 다른 코너인 ‘패션 7080’의 오지헌과 박휘순은 아예 웃음의 소재를 거리에서 찾고 있다.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빨간 내복을 입고 서울 압구정동의 거리, 서울 동대문 의류상가, 지하철 안, 결혼식장 등 관객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거리의 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그대로 웃음을 주는 주요 소재로 활용된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코너 ‘보이스 포맨 II’와 MBC ‘개그야’의 코너 ‘크레이지’도 적극적으로 현실과 소통을 추구하고 있다.
‘보이스 포맨 II’에서 김기욱 박상철 윤진영 김필수 4명의 등장 인물은 기타 치고 노래 부르며 자신들의 일방적인 웃음이 아닌 객석에 앉아있는 여성 관객들과 함께 웃음을 만들어낸다.
여성 관객은 다소 민망한 표정을 짓지만 사전 조율로 이뤄진 쇼맨십에 불과하다. MBC ‘개그야’의 ‘크레이지’도 이와 유사하다. 코너 초반 고전하던 ‘크레이지’는 관객들과 소통을 시도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해 지금은 간판 코너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관객들과 시청자들은 관객 혹은 현실과 소통하는 개그를 보면서 마치 자신이 그 코너의 주인공인양 대리만족의 효과를 얻는다.
개그도 이젠 ‘쌍방향’이 대세다. 최근 관객 혹은 현실과 소통하는 개그 프로그램의 간판 코너는 마치 소극장에서 벌이는 개그쇼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개그맨과 관객이 한 장소에서 호흡하는 상황을 안방극장으로 무대를 넓힌 것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많은 개그맨들이 대학로 소극장 공연을 통해 검증된 웃음을 방송 프로그램과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개그보다 관객과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위해 개그맨들이 적극적으로 현실로 뛰어드는 게 대세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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