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도구 그대로 두고 어디로…”
렌트·융자 체납 일부 유학생 지상사 직원 등 도덕 불감증
웨스트아담스와 후버에 보딩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마리아노씨. 그는 지난 6월 갑자기 사라진 테넌트 한인 이모씨(36)에 대한 걱정이 산더미처럼 쌓이자 지난 10월 마침내 LAPD와 LA 총영사관에 실종신고를 접수시켰다.
컴퓨터와 가재도구 등을 그대로 놓아둔 채 연락두절이니 당연히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 달 26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회로 여겨져 온 이민사회의 특성을 악용해 자동차 리스 계약과 아파트 매매 계약을 맘대로 파기한 채 야반도주하는 한인들로 한인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LA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아무 얘기도 없이 사라진 이씨의 예를 들며
“나라 망신”이라고 혀를 찬다.
한국의 대기업인 S회사에 재직중인 김모(31·가명)씨.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김씨는 한국행이 결정되자 학교에 납부해야 할 돈 몇 천달러를 과감히 갚지 않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크레딧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김씨지만 “다시 미국에 올 일도 없고 안 오면 되는 것 아니냐”며 줄행랑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라지는 한인들로 인한 피해의 직격탄은 고스란히 LA 한인타운의 비즈니스 업계에 떠넘겨지고 있다.
특히 유학생과 신규 이민자에게 자동차 융자를 해 주는 한인 은행들은 한국으로 돌아가 버린 한인들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LA의 모 한인은행 자동차 융자부서의 관계자는 “그런 경우가 많죠”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사라지는 한인들의 꼴불견 행태 또한 천차만별이다.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슬그머니 리스 자동차를 리스 회사 주차장에 밀어 넣는가 하면 월 단위로 렌트비를 지급하는 하숙집에서는 야밤을 틈타 도주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줄행랑을 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일부는 이민사회의 약점을 이용하는 도덕 불감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현지 한인과 한국에서 갓 온 한인들 사이의 불신으로 이어져 한인사회의 균열에도 한 몫하고 있다.
이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마리아노씨는 나중에 그의 행방을 알고 안심하면서도 “이씨가 남긴 셀폰 번호 등 정보가 모두 엉터리였다”며 3년여 동안 이웃사촌으로 지냈던 이씨에 대한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LA 총영사관의 문병준 민원실장은 이같은 행태에 대해 “큰 걱정을 하고 실종신고를 낸 사람에게 ‘26일자로 한국에 입국한 것 같다’는 조회 결과를 전했을 때 마리아노씨의 안도의 모습을 봤지만 믿을 수 없는 한국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심어질까 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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