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곤살레스 타석서 적절한 시점에 멋진 행동을 보여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27)은 지난 2001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4차전과 5차전에서 연거푸 9회말 2사후 통한의 동점 홈런을 맞았기 때문. 애리조나의 수호신에서 역적으로 몰릴 위기였다. 하지만 최종 7차전 9회말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루이스 곤살레스(39) 덕분에 김병현은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16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 애리조나 마무리로 뛰던 김병현은 콜로라도 선발투수로 변신했고, 뱅크원 볼파크로 불리던 야구장의 이름은 체이스 필드로 바뀌었다. 김병현의 마음 고생을 덜어준 곤살레스는 전날 애리조나로부터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을 마치겠다’는 ‘해임 통보’를 받았다.
2만2,000여 애리조나 팬들은 1회말 3번타자 곤잘레스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기립박수를 쳤다. 이때 김병현은 갑자기 신발 끈을 묶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김병현이 “공을 빨리 던지라”고 심판으로부터 주의를 받을 정도로 시간을 끄는 동안 곤살레스는 박수갈채 속에서 팬들의 사랑을 가슴속 깊이 느꼈다.
곤살레스는 경기가 끝난 뒤 “김병현이 내가 팬들과 교감하도록 일부러 시간을 끌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김병현의 행동 때문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은퇴의 기로에 놓인 노장의 눈에 비친 김병현은 적절한 시점에 멋진 행동을 보여준 사나이였다. 하지만 김병현이 왜 신발 끈을 고쳐 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병현은 7이닝 동안 9피안타 5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의 불발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콜로라도의 1-5 패. 김병현은 시즌 11패(8승)째를 맛봤지만 평균자책점은 5.30으로 조금 낮아졌다. 지난 2003년 김병현을 밀어내고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한 브랜든 웹(27)은 9이닝을 6피안타 10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막아 시즌 16승(6패)을 올렸다.
이상준 기자 j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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