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여름인데도 아프가니스탄의 동북 산악지대에는 눈이 덮여있었다. 리처드는 반장갑을 끼었는데도 손이 시렸다. 회색 바위들이 담처럼 줄줄이 북쪽으로 뻗어갔다. 경기관총이 얼음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어제까지 그렇게 쏴대서 뜨거웠던 총신이 밤새 싸늘해진 것이다. 김 대위가 귀에 단 통신으로 B 루트는 조용하다고 알려왔다.
리처드는 드래곤 1 작전에 책임자로 차출되었다. 한국군에서 연락장교로 파견 나온 김 대위를 비밀리에 데리고 왔다. 이라크군 하싼 중위가 리처드의 통역관으로 따랐다. 임무는 알 카에다 소굴 탐색과 파괴였지만, 비밀지령은 빈라덴 색출작전인 것을 특수 임무에 차출된 51명의 대원은 모두 알고 있었다.
보급, 무전통신, 수송인원 20명을 뺀 30명은 2조로 편성되었다. 어제까지 15개의동굴을 찾아냈고 세 곳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렸는데 알 카에다
잔당들은 몇 명의 불에 탄 사상자를 남기고 귀신같이 동굴을 빠져나간 것이다. 부상자들을 사살하고 불로 태워서 신분과 정보를 일체 남기지 않았다.
암벽으로 둘러싸인 A 루트와 산허리를 도는 산길 B 루트만이 지형상 가능한 탈출로로 보였다. 리처드는 암벽을 택했다. 김 대위는 산길로 B조를 이끌었다. 리처드는 장갑을 벗고 자기 아버지가 암벽을 타기 전에 늘 그랬듯이 손바닥에 침을 뱉았다. 바위는 차가워서 손이 저절로 암벽에 붙었다. 하싼도 부리나케 뒤를 따랐다.
하싼은 리처드를 마음속 깊이 존경했다. 영국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하면서 그는 공자를 탐독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책임감이 강하고 부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늠름한 이런 상관을 그는 처음 본 것이다.
동굴 수색 중에 적이 쏘는 총탄을 막기라도 하듯 하싼의 앞을 서서 좁은 동굴을 수색했고, 적이 아군의 접근을 지연키 위해 허문 벽 속에 갇혀 3일 지내는 동안 리처드는 가진 레이션을 모두 그에게 내밀었다. 리처드는 잠깐씩 기도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절대 하싼의 종교에 관해 묻지 않았다.
리처드가 하싼을 암벽 위에서 끌어올릴 때 머리 위로 10여명의 잔당들이 소리를 지르며 덮쳐왔다. 뒷 동료들은 사격을 할 수가 없었다. 잔당들은 재빨리 그들을 암벽에 묶고 세웠다. 눈과 입을 가렸다. 그들은 총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칼을 들었다. 그리고 서둘러 리처드에게 다가왔다. 동시에 하싼이 몸을 뒹굴어 그들의 발을 쳤다. 그들이 휘두르는 칼이 소리를 내며 하산에게 집중됐다. 리처드는 급히 몸을 굴려서 암벽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아래로부터 격렬한 사격이 시작됐다.
김 대위는 리처드와 통신 절단을 신호로 급히 A 루트를 차단하려고 구보로 산길을 달렸다. 그의 몸에 전율이 흘렀다. 리처드 중령의 자상한 얼굴이 떠올랐다.
베리 상사가 손을 들었다. 수많은 발자국과 탄피가 깔려있었다. 숀 하사가 알카에다다! 홀 중위가 빈라덴이 틀림없어, 그는 본부로 상황을 보고했다. 웬일일까. 본부는 급히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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