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기 퇴장사건 저지른 뒤 빛바랜 영예
2006 독일월드컵 주요부문 수상자
◆골든볼 지네딘 지단(프랑스)
◆실버볼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
◆브론즈볼 안드레아 프릴로(이탈리아)
◆골든슈(득점왕) 미로슬라브 클로세(독일·5골)
◆최고 인기팀 포르투갈
◆야신상(최고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
◆신인왕 루카스 포돌스키(독일)
◆페어플레이상 브라질, 스페인(공동수상)
국제축구연맹(FIFA)는 10일 지단이 대회 기자단 투표에서 2,012점을 얻어 1,977점을 얻은 이탈리아의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를 35점차로 따돌리고 대회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3위인 브론즈볼은 715점을 얻은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프릴로에게 돌아갔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를 발표한 바 있는 지단은 9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06독일월드컵 결승에서 연장 후반 6분 기습적으로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는 어이없는 행동으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자신의 커리어 고별전을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다. 마테라치가 그에게 지극히 모욕적인 말을 했기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지만 그 어느 변명도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가장 명예스럽게 전설적인 커리어를 마감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걷어 차버린 그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길이 없다. 하지만 그런 불상사에도 불구, 대회 취재진은 그때까지 프랑스를 이끌며 결승까지 올려놓은 ‘아트사커 사령관’을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택했다.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핵 칸나바로와 팽팽한 경쟁이 펼쳐졌으나 결국은 박빙의 차로 지단에게 골든볼이 넘어갔다. 지단으로선 1998, 2000, 2003년 3번이나 ‘FIFA 올해의 선수’로 뽑혔고 1998년 유럽 올해의 선수, 2001-02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MVP로 선정됐던 것에 이어 월드컵 골든볼끼지 챙겨 축구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모든 개인상을 휩쓴 셈이 됐다.
지단은 이번 월드컵에서 좋든 나쁘든 월드컵 역사상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족적을 남기게 됐다. 역사상 4번째로 월드컵 결승에서 3골을 넣은 4번째 선수로 기록됐으나 월드컵 결승에서 퇴장당한 4번째 선수가 되는 불명예 기록도 떠 안았다. 사실 연장 후반 그의 미사일같은 헤딩슛이 이탈리아 골 네트에 꽂혔더라면 지단은 월드컵 우승트로피와 골든볼을 모두 거머쥐고 상상 가능한 가장 화려한 축구영웅으로 은퇴하는 역사를 쓸 뻔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최우수 골키퍼로 야신상을 수상한 이탈리아의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은 지단의 파워풀한 헤딩슛을 날아오르며 크로스바 위로 쳐냈고 지단은 잠시후 ‘아트사커 마에스트로’라는 닉네임이 부끄러울 월드컵 결승사상 최악의 플레이를 저질러 전 세계를 충격속에 빠뜨리며 망신살이 뻗친 채 필드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펼쳐진 운명적 반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 골든볼 투표에선 기자단들이 지단을 선택한 것은 스페인과의 16강전 이후부터 그가 보여준 놀라운 플레이와 함께 생애 마지막 경기를 치른 ‘축구의 전설’ 지단에 대한 동정표가 가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핵으로 이번 대회 눈부신 활약을 펼친 칸나바로의 수상 가능성은 점쳤고 특히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도 “진정한 넘버 1 스타가 없었던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선수는 칸나바로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레드카드를 빼면 지단 역시 골든볼을 받을 자격이 있었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골든볼을 수상했다고 해서 은퇴 무대에서 당한 불명예와 상처를 쉽게 씻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결승전에서 어이없는 ‘박치기’ 한 방으로 은퇴전에서 퇴장당하는 불상사에도 불구, 지네딘 지단은 2006 독일월드컵 최고선수에 주어지는 골든볼을 받게 됐다.
이탈리아의 마르코 마테라치를 머리로 들이받고 있는 지네딘 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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