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06년에도 봄의 입김이 슬슬 문턱 앞에 다가온 것 같다. 봄의 향기가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농사꾼의 여인으로서 일할 시기가 찾아온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농사를 할 태세의 마음의 각오와 땅을 파서 씨 뿌릴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놓았다. 머리 속에 기억하고 있는 채소들의 씨앗을 사서 준비해놓기도 했다. 작년에 씨를 밭아 두었던 것들도 있다. 그리고 흔하게 먹는 참외와 수박 등등의 과일의 씨들도 모아 간직해 두었다.
2월의 마지막 주말. 포근한 봄 날씨의 훈기가 겉옷을 헤치고 내 몸 속으로 살며시 파고든다.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 외출 중에 일부러 밭 있는 곳으로 찾아가 보았다. 아직까지 많은 농사꾼들은 잠자는 꿈속에서 깨어나지를 않은 것 같았다. 밭의 모양은 아직까지 작년 그대로 농사지은 직후의 잠자고 일어난 흐트러진 머리모양 같았다. 말라붙어 엉켜진 풀들과 야채의 쓰레기들이 가득 메워져 있었다. 불에 그을린 것 같은 거무스레한 색깔로 변해 가지고 말라비틀어진 옥수수 대들도 있었다. 여기저기 멀대 같이 많이 서 있었다. 바람에 시달려 허리가 두 동강으로 잘려진 애기 대들도 애처롭게 많이 넘어져 있었다.
그리고 밭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장자리에 둘러놓은 나뭇가지들도 엉망진창으로 엉켜져 있었다. 플라스틱의 그린 색깔로 만들어져 있는 울타리 같이 보이는 것들도 힘없이 멋대로 쓰러져 있었다. 빈 물통들도 여기 저기 딩굴어져 있었다. 그 동안 눈과 비바람에 시달려 마치 쓰나미 파도에 휩쓸렸던 살벌하고 무서웠던 횡포의 한 장면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 모퉁이에서는 ‘후리’ 라고 써붙인 멀치를 마음놓고 푸대 자루에 가득하게 많이 담아 채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혹시 장사라도 해서 돈벌이라도 하려고 하는 가득 찬 욕심으로 채워진 힘찬 삽질의 눈치였다. 멀치를 담은 자루의 숫자를 금방 셀 수가 없었다. 포개고 포개서 얹어 놓은 분량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큰 대형 트럭에 실려져 있었다. 큼직하고 건장한 대여섯 명의 청년들이 수건을 목에 걸고 땀을 닦으며 열심히 퍼담아서 올려놓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칭찬이 저절로 나왔다. 후리라고 써놓은 멀치를 가져가는 것을 누가 막으랴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나도 필요한데 몽땅 가져가면 어떻게 하지 불안한 생각이 든다. 잠시 쓸데없는 조바심이 나의 마음을 괴롭혀 주었다. 한쪽 구석의 머리 속에서는 살며시 생각이 떠오른다. 하하…호호…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멀치는 항상 준비 되어있는 공짠데… 바보처럼 혼자말로 독백을 해 보았다.
조형자 <열린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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