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의 하루는 농부들의 모내기 철 만큼이나 바쁘다. 작년 늦가을부터 쑤어 띄어 놓았던 메주를 가라앉힌 소금물에 대추, 고추, 숯 넣고 40일이 지난후 거르는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장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항아리를 보관해야 맛이 좋으나 나는 항아리가 부족하여 김치병을 대신 쓰기도 한다. 버무린 된장을 담을 때는 가득 담지 않고 공간을 넉넉히 비워두어야 그것이 해를 받으며 숙성될 때 된장과 간장이 넘치지 않고 맛이 좋다.
하지만 항상 아는 것 따로 행동 따로 여서 이번에도 병을 가득 채우는 실수를 했다. 며칠후 드디어 꼭 차게 담은 것과 덜 담은 것의 차이가 나타났는데 꼭꼭 눌러 담았던 병은 장이 넘쳐 주위가 지저분해 계속 신경을 써야 했다. 맛 또한 덜 담았던 병의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도 나는 또 “차고 넘치면 부족함 만 못하다”는 진리를 깜빡했던 것이다.
우리 인생살이에도 이것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찬거리가 변변치 않음에도 어머니께서 음식을 만들어 주시면 우리 5남매는 그 음식들을 참 맛있게 먹었었다. 음식솜씨가 나쁘지는 않다는 평을 듣고 또 온갖 재료가 풍성하건만 나는 도저히 그때의 그 맛을 낼 수가 없다.
신혼초 이리저리 돈을 꿰어 맞춰 우리 힘으로 결혼 10개월만에 허허벌판 잠실에 17평 아파트를 처음 장만했을 때의 그 기쁨은 미국에 와서 좋다는 동네에 내 집을 장만했을 때의 기쁨보다 더 컸다. 어느 정도 혼자 힘으로 살면서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경제능력만 있다면 그 다음 인생의 맛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된장을 덜 채워 숙성시킨 것이 서로 어우러져 더 맛이 있듯이 우리 인생살이도 차고 넘치면 오히려 그 맛이 덤덤해 질 수도 있고 주위 사람들의 마음의 평화를 뺏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예외가 있기는 하다. 차고 넘치면 넘칠수록 좋은 것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박용하 /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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