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고 완벽한 테크닉 두각
김용제 바이얼리니스트/안과전문의
한 LA 한인가정이 낳은 음악의 유망주, 작년 줄리아드 콩쿠르 수상자로 링컨센터 데뷔를 가진 길예은(20)양이 지난 12일 토랜스의 암스트롱 디어터에서 예상을 넘는 기량을 과시한 연주회를 가졌다. 흔한 콘서트 협연보다 연주실력의 깊이와 범위가 더 잘 나타나는 만큼 더 힘든 독주회는 그가 성숙한 피아니스트임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고전에서 현대까지의 넓은 레퍼터리 중 큰 비중을 차지한 리스트와 쇼팽의 작품을 통해 그의 낭만성과 완벽한 테크닉이 두각을 나타냈다. 쇼팽의 폴로네즈 브릴란테와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에서 과장되기 쉬운 낭만주의를 잘 견제했으며 화려한 기교적 장식 안에서 주 선율을 흐리지 않게 잘 들려주는 것이 사뭇 대가들에 못지 않았다.
고도의 테크닉과 현대 젊은이다운 현대곡에 대한 친숙함은 무명의 호주 작곡가 바인(C. Vine)의 1990년도 소나타에서 인상 깊게 나타났다.
초속의 불규칙한 왼손 놀림이 주는 부글부글 끓는 듯한 소리를 타고 흘러가는 미묘한 효과는 흔한 현대곡에서 듣는 어지러운 소음이 아니고 흥분과 동시에 안정된 편안함을 줬다. 현대곡에서 보기 드물게 몹시 매혹적이고 이런 효과를 능숙하고 여유있게 이끌어 낸 이 곡 연주가 이번 독주회의 하이라이트였다.
기술과 정서면에서 극도로 대조되는 모차르트의 C단조 소나타에서 모차르트의 단조 곡들의 특성인 단순한 우아함 속에 담긴 은은한 비애를 느끼기에는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노련한 대가들도 만족스러운 모차르트 곡 연주를 제일 어렵게 여기는 만큼 큰 단점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하겠다. 앙코르로 친 찬송가 ‘내 평생에 가는 길’은 길양의 어머니요 선생이신 피아니스트 길미향씨 작품이라는 사실에 커다란 찬사를 보낸다.
여러 동양인 특히 우리 한국인 현악 연주자들이, 또 근래엔 성악가들까지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과 인기를 즐기고 있는 반면 피아노에서는 일본의 우찌다와 중국의 랑랑 이외에는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 현재로도 피아니스트로서 별 손색이 없는 길양이 앞으로 보다 큰 성공을 거두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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