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를 방문한 사할린 동포 정연석(78)씨와 전말순(66)씨 부부가 러시아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사연을 들려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승관 기자>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고맙습니다.”
난생처음 미국 땅을 밟은 사할린 동포 김순옥(65)씨는 미국을 방문한 감회를 이렇게 전했다. 김씨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아버지를 찾으려고 사할린으로 건너갔다가 58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사할린 동포다. 한·일·러 3국의 노력으로 세워진 안산 고향마을에 정착한 러시아 사할린 동포 22명과 함께 지난 3일 미국에 온 김씨는 “평생 이렇게 행복한 날이 올 줄 모르고 살았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들의 미국 방문은 국제 펠로우십 인 크라이스트 교회의 이수복 목사의 초청에 안산 새사랑 교회가 지원하면서 이뤄졌다. 일정은 3일부터 1주일 일정. 남가주 일대 관광 명소와 LA한인타운, 한인회 등 빡빡한 일정이지만 반세기 이상 청춘을 동토의 땅에서 보내며 서러운 타향살이에 수도 없이 눈물 흘렸던 나날을 기억하면 평생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거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강제로 끌려간 아버지를 찾아 이듬해 사할린으로 갔다가 58년을 그곳에서 보내야 했던 김씨. 부모 없이 오빠밑에서 자라다가 징용간 오빠를 따라 러시아로 갔던 전말순씨등등. 조국과 고향을 등지고 낯선 땅에서 살아야 했던 이들의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이제는 힘겨운 타향살이를 청산한 이들이지만 또다른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 다름 아닌 이산가족이다. 외교상 한국 국적으로 인정되는 1세대만 귀국이 허용돼 자식들과 또다시 헤어져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방문단을 인솔하고 가주를 찾은 새사랑교회 김길상 목사는 “한평생을 눈물과 한으로 살아온 러시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안산 고향마을에는 1,000여명의 징용 피해자 1, 2세들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영에 어려움이 많지만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다”고 밝혔다.
안산 고향마을은 일제시대에 강제징용으로 러시아에 끌려갔던 한인의 영주귀국을 위해 한·러·일 3국이 힘을 모아 2000년 2월 조성한 마을이다.
안산 고향마을 러시아 강제징용 피해자 미국 방문단이 7일 가든그로브 수정교회를 찾은 방문단이 교회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이승관 기자>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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