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보 산 루카스 먼 수평선 아래 금빛 모래밭 위에 정답게 손잡고 걸어가는 두 쌍의 그림을 멀리서 바라본다. 이민 생활 25년만에 그려지는 한폭의 수채화다.
언젠가 이 독자란에서 자녀를 기르며 느낀 이야기를 투고했던 기억이 있다. 그 아이들이 어느덧 명문대를 졸업하고 하나는 가주 검찰청 검사로, 하나는 의사로 자라더니 이제는 각각 의젓한 백인 사위를 데려왔다. 현실로 나타난 백마가 실로 건강하고 용감하며 하루에 천리를 달려도 지칠줄 모르는 준마가 되어 달라고 나의 소망을 기원해 본다. 진흙 속에서 수려하고 탐스러운 연꽃이 피어나듯 거친 세파 힘든 여건 가운데도 은은한 향기를 피우는 광야의 들꽃처럼 두 딸과 두 백인 사위들이 자기 몫에 충실하는 성실한 삶을 살기 바란다.
이곳 멕시코 휴양지의 시설이나 사람들의 친절함은 어느 선진국에 비해 뒤질 수 없이 훌륭하다. 저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앙증스러운 작은 교회 성대 위에는 한 마리의 순한 속죄 아기 양이 나를 바라본다.
바로 그 앞에 무릎 꿇고 간구하는 두 딸 엄마의 잔잔한 뒷모습을 애잔하게 바라보면서 나는 이 순간 지나간 25년 이민생활에 찌든 온갖 거친 찌꺼기를 순간 털어 버린 듯한 편안한 마음으로 예술적인 이곳 시설과 평화로운 시간의 흐름에 흠뿍 젖었다.
기다리던 백마가 한인이 아닌 외국인이어서 좀 섭섭하지만 딸들의 선택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 마주한 식탁에서 내일이면 결혼과 함께 내 곁을 떠나는 둘째 딸과 연이어 약혼한 큰 딸에게 세 글자 ‘DIG’를 선물로 주었다. 첫째 D는 개발(Develope)이다.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은 무엇보다 끊임없는 자기 개발이 있어야 한다. 요즈음 같이 빠르게 변하는 신세대에는 세상 환경과 질서 규범에 적응하는 온갖 지혜와 끊임없는 개발이 없다면 고인 웅덩이의 물과 무엇이 다르며 그 결과는 어찌되겠는가.
둘째 I는 개선(Improve)이다. 멋진 꿈과 이상은 성취돼야 하고 계속해서 넓은 대지 위에 탐스럽게 가꾸어져야 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이상과 성장도 있으려니와 서로 돕고 어울리는 사랑, 모진 풍파에 함께 견디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서로의 보살핌도 필요하다.
셋째 G는 성장(Grow)이다. 처음 움틀 때 연약해 보이는 새순을 돌보듯이 사랑의 보살핌으로 위로하며 비록 거목은 아닐지라도 늘 푸르며 오염된 대지를 활기차게 정화하는 향기나는 건강한 수목으로 성장함을 말함이다.
믿음직한 두필의 백마가 나타난 것은 너희들의 노력과 성실한 삶의 대가라고 본다. 너희들이 좋아하고 사랑해 선택한 배필과 함께 바른길로 힘차게 달려가길 빈다.
로저 강/ 몬트레이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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