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델플라타=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 제4차 미주정상회담이 최대 현안으로 다뤄진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 재개 합의에 실패한 채 폐막했다.
미주기구(OAS) 소속 34개국 지도자들은 이틀 일정의 미주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5일 오후 당초 폐막 시한을 수 시간 넘기고도 선언문 채택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정상회담 선언문은 FTAA 협상을 진전시켜야 한다는 미국, 멕시코 등 ‘찬성 그룹’ 29개국의 입장과, 알래스카로부터 남미 남단 아르헨티나 티에라 델 푸에고에 이르는 FTAA를 창설할 준비가 아직 돼있지 않다는 ‘반대 그룹’의 의견을 모두 담는 형태로 나타났다.
FTAA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한 정상회담 선언문은 당초 이날 낮 12시30분으로 예정된 합의문 서명 시간을 훨씬 넘기고 막후 비공개 협상이 수 시간여 더 진행되는 진통 끝에 나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정상회담 참석 지도자들 대부분은 막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회담 장소를 떠났고 FTAA 문제 추가 논의와 선언문 서명은 고위급 회담으로 넘겨졌다.
‘찬성 그룹’은 최근 2년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FTAA의 고위급 협의를 이르면 내년 4월에는 재개토록 시한을 정하도록 하기 위해 공격적 자세로 협상을 진행시켰다고 정상회담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FTAA 협상 재개는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회원국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또한 정상회담 개막일 회담 개최지 아르헨 남대서양 연안 휴양지 마르델플라타 에서는 무려 2만5천여명이 참여한 ‘반미(反美), 반(反) 부시’ 시위가 펼쳐졌다.
특히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FTAA를 땅에 묻기 위해 삽을 가져왔다며 반미 시위자들에게 단합을 촉구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자유무역 협정이 중남미 빈민들의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남미 좌파를 중심으로 한 대체 무역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그룹’ 5개국은 이날 폐막 선언문 부가 조항에서 보조금 및 왜곡된 무역관행이 배제된 시장 접근과 함께 균형 잡히고 공정한 미주 자유무역 협정에 도달하기 위한 필요 조건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이 고용창출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자유무역은 국가들간 평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반대 그룹’은 미국의 농업 보조금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FTAA 협상 재개를 위한 조건을 둘러싸고 참석국들간에 이견이 뚜렷했으며 전례 없이 참석지도자들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라고스 대통령은 모든 참석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큰 소리로 주장했으며 어떤 때는 우리 모두가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때로는 너무 큰 소리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점은 이번 회담을 더욱 경청토록 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선언문에서 FTAA 합의에 실패했음에도 불구, 미주에서의 무역 확대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당초 FTAA를 땅에 묻기 위한 것으로 간주됐던 회담에서 34개 참가국이 힘든 과제를 인식하는 가운데 모두 교역 진전의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논의를 했다며 나는 어느 정도의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의 경우 차베스 대통령의 강경한 FTAA 반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면서 ‘반대 그룹’의 참여 없이도 FTAA 협상 재개가 가능하다며 ‘찬성 그룹’의 입장을 대변했다.
부시 행정부는 FTAA 창설 협정이 미국 경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주고 중남미 의 고용창출과 경제 번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다음 방문국인 브라질을 향해 떠났고 귀국에 앞서 파나마에 들를 예정이다.
kim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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