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이젠 한국에도 초점”
연이 닿으면 우리도 언젠가 노벨상 영광이
미국은 아직도 마마같은 존재 작품 속 부각
올해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군에 포함돼 관심을 모았던 소설가 황석영(62·사진)씨가 2일 LA를 방문했다. 점심시간에 잠깐 만난 그는 지난 89년 방북당시 김일성을 22번 만난 이야기등 식탁의 화제를 풍성하게 했지만 막상‘노벨상 후보’부분에서는 말을 아꼈다. 주위에서 노벨상의‘노’자도 꺼내지 말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다만 세계가 이제 한국에도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만큼 언젠가 연이 닿는 한국작가에게 노벨상의 영광이 돌아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가 LA에 온 것은 지난 2000년께 한국일보(서울)에 연재됐던 소설‘손님’(The Guest)의 영문판 출간에 맞춘 출판사 행사 때문이다.
이미 불어판이 나와 있는 이 책은 한국전쟁 당시 기독교와 마르크시즘 신봉자간의 갈등으로 수 만 명이 죽어 나간 황해도 신천 학살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 제목‘손님’은 마마, 즉 천연두를‘손님’으로 부르기도 한다는 데서 착안했다. 신천 학살에서는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가 똑같이‘손님’역할을 했다는 것이 작가의 역사해석이다.
작가는 신천 학살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긴 했으나 세계의 많은 나라가 근대화 과정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경험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에서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라고 해석했다. 또한 작가 자신이 무당이 되어 12마당 넋굿으로 풀어나간 소설형식도 서양 독자에게는 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한국어판 소설(창비 간)의 말미에 ‘무서운 손님 마마님(천연두)은 아직도 미국이 아닌가’라고 쓰고 있다. 미국은‘재앙적 외래 질병’이라는 함의를 가진 이 말을 미국의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그는 이 질문에 대해 “주인의 입장에서는 손님이 들어오면 ‘저항하면서 변화하자’는 것이 기본 입장이 돼야 한다”고 약간 틀어서 답했다.
또 다른 대표작 ‘무기의 그늘’등과 함께 그를 노벨상 최종 후보로 밀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 ‘손님’은 실상 고향방문을 통해 북의 친지를 상봉한 미주 한인목사의 경험담에서 풀려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비롯된 이 이야기는 그러나 미주 이민문학의 그릇 속에서는 숙성되지 못하고, 한국의 걸출한 작가에게로 가서 비로소 발효됐다고 할 수 있다. 영문판‘The Guest’는 뉴욕의 ‘세븐스토리즈’ 출판사에서 나왔다.
황씨는 2일 LA한국문화원(원장 전영재)에서 독자들과 만남을 가진데 이어 오늘 저녁은 UCLA에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글 안상호·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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