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법원에서 진화론 대 창조론의 법정공방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펜실배니아주 도버 교육위원회가 생물 수업에서 생명의 근원에 대한 이론으로 진화론과 함께 ‘지적설계론’(intelligent design)에 대해 가르치도록 각 학교에 지시하자 일부 학부모들이 이에 반발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지적설계론이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자연이 매우 복잡하고 정교해 진화론으로만은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많으므로 하나님과 같은 창조자가 개입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분명 개인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는 추측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적설계론이 과연 과학이냐는 것이다.
과학에서 이론이라고 하면 물적 증거의 관찰과 논리적 추론을 토대로 자연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과학적 이론에서 파생되는 관찰과 예측은 실험을 통해 반복되어야 한다. 진화론은 아직 설명해야할 의문점들이 남아있지만 돌연변이, 유전적부동, 자연 도태 등의 각종 자연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과학적 이론으로 설득력이 있다. 반면 지적설계론은 증명할 수도 없고 반증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과학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적설계론에 대한 이번 논란은 꼭 80년전인 1925년에 테네시의 작은 마을에서 열렸던 ‘스코프스 재판’을 상기시킨다. ‘원숭이 재판’이라고도 불리는 이 재판은 당시 진화론 교육이 불법이었던 테네시에서 한 생물교사가 진화론을 가르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전미국의 주목을 끌었었다.
특히 3차례나 대통령후보로 지명되고 국무장관을 지낸 W.J. 브라이언이 검찰측에, 그리고 당대 일류 변호사였던 C.S. 대로가 변호측에 가담해 전통주의와 현대주의 거성들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재판이 열린 인구 1,800명의 마을에서는 서커스에 더 가까웠다. 배심원 12명 가운데 11명이 편견을 가진 교인들이었고 재판을 주재한 판사는 주일에 교회에서 브라이언이 변호단의 전략을 공격하는 설교를 들었다. 마을 중심가에서는 양복을 입힌 침팬지가 묘기를 부려 구경꾼들을 끌어 모았다. 원숭이 재판은 전통주의자들의 승리로 끝났고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주법이 사라진 것도 1967년이 되어서였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는 창조론이 새로운 이름으로 부활해 다시 교육 이슈로 고개를 들고 있다. 종교와 과학의 관계는 가볍게 단정할 수 없지만 무엇이 과학인지는 과학자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미국 어린이들의 과학 실력이 국제적으로 밀리고 있는 실정에서 종교적, 철학적인 이슈를 과학으로 포장해 학교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정아
특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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