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 출근길은 괴롭다. 갈 길은 바쁜데 아침저녁으로 막혀대는 도로 때문에 차안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다.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정신적으로도 지치기 일쑤여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기름 값이 갤런당 3달러가 넘는 고유가 시대는 고만고만한 봉급으로 살림을 꾸려 가는 직장인들의 자동차 출퇴근길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캘리포니아, 그 중에서도 LA는 “부인없이는 살아도 자동차 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대중교통 대신 자동차를 고집하는 수많은 주민들에게는 현재의 교통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시일내 프리웨이 교통체증을 해소하겠다” “대중교통 수단을 지금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들겠다”는 등 선거철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정치인 및 행정가들의 교통 공약은 공허한 메아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교통체증, 주차난, 고유가, 차량가격 상승 등 자동차와 관련된 잇따른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주민들은 자동차를 벗삼아 살 수밖에 없다. 잠시라도 자동차가 곁에 없으면 발이 꽁꽁 묶여버리는 불편함과 씨름해야 하니까.
얼마 전 취재차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자동차 출퇴근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트로링크 전철을 타고 아침시간에 발렌시아에서 LA 다운타운까지 가봤다. 운전을 안 하니까 편해서 좋고 이동중 의자에 앉아서 신문이나 책도 읽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
다운타운에서 내려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고 사무실이 있는 한인타운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첫 전철 경험 치곤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자동차 출퇴근과 비교해 시간이 크게 절약되지 않는다는 점, 자동차로 전철역까지 갈 경우 파킹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등 무시 못할 단점도 많았다.
매일 발렌시아에서 전철을 타고 LA 다운타운 회사로 출퇴근한다는 부동산 컨설턴트 토마스 원씨(35)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개스비가 한달에 60~70달러는 절약된다. 전철 이용을 권장하고 싶다”고 대중교통 옹호론을 폈다. 대중교통도 나름대로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지만 교통체증이 해소되지 않아도, 기름 값이 한없이 치솟아도 자동차를 타고 집과 일터를 오가는 생활패턴에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대다수 주민들의 머리 속에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세월이 흐를수록 대중교통의 인기는 높아지겠지만 자동차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성훈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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