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최고의 유행패션인 ‘플립-플랍’(flip-flops·발가락 신발) 때문에 미 젊은이들의 에티켓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 전미 우승권을 획득한 노스웨스턴대의 여성 라크로스팀이 백악관을 방문해 부시대통령과 찍은 기념사진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앞줄에 대통령과 나란히 선 선수 9명 중 4명이 플립 플랍을 신었던 것. ‘시카고 트리뷴’은 문제의 사진을 본 한 선수 오빠가 황당해서 여동생에게 보낸 이메일을 인용해 “너 백악관에 플립 플랍 신고 갔니?”라는 제목으로 1면에 기사를 내 보냈었다.
이 논쟁의 핵심은 ‘발가락이 다 보이는 신발의 선택이 보여주는 Y세대의 예의문제‘로 요약된다. 사실상 30·40대만 해도 국가의 원수를 만날 때 신는 신발로 플립 플랍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백악관에 신고 간 신발이 나름대로 격식에 맞춘 차림이라고 주장했고, 플립 플랍도 캐주얼용이 있고 정장용이 있다는 설명을 추가했다. 맞는 말이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에서 신발만 유심히 쳐다보면 남녀불문하고 플립 플랍이 대부분이다. 해변 가에나 어울리는 발가락 신발도 눈에 띄지만 제법 굽도 있고 장식도 박혀있어 이들이 말하는 예의를 갖춘 플립 플랍도 있다.
MP3와 카메라 폰을 동반자로 여기는 Y세대는 테크놀로지에 친숙하고 사생활 보호와 원활한 대인관계를 동시에 추구한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부모 아래 자라선지 기존 권위에 대한 거부가 두드러지고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의 적절한 조합,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장차림’이란 드레스코드를 알면서도 절반가량이 플립 플랍을 신고 갔다면 이들의 상식이 바뀐 것이지 에티켓이 없는 게 아니다. 물론 예의라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자신만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행동은 삼가야한다는 지적은 뒤따라야할 것이다.
이렇게 세대가 바뀌다 보니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추구하는 예술방식도 변한다. 고전 예술이 대중과 코드를 공유했다면 현대 예술은 일부러 공통의 코드를 깨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오직 자기만의 코드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문화 예술은 상상을 뛰어넘는 작품일지라도 상호 소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정통 클래식 애호가들이 폄하해온 대중문화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교감을 원하는 현세대의 욕구가 반영되어서가 아닐까.
‘저게 무슨 예술이냐, 패션이 뭐 저런가’하며 상대방을 비방하려는 태도부터 앞세우지 말고 서로가 소통하려는 의지로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과 존중을 앞세운다면 상식이 통하는 우리는 이상향만으로 남진 않을 것 같다.
하은선
특집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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