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불고 있는 새 바람이 진출 업체나 한인 사회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외부에서 들어오는 대규모 자본이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를 촉진시키고 새로운 대형업체들이 기존업체들과 경쟁하며 서로 발전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현재 시카고 한인사회에선 뉴욕 한아름마트가 대형 매장을 개설했을 때 기존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지 않고 더욱 번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애틀랜타 같은 경우에도 작년에 한아름마트가 진출해서 초저가 공세를 펼치자 한 시간 거리 안에 있는 중소규모 슈퍼마켓 5개가 문을 닫았다. 그 뒤로는 한아름마트의 판매가격이 다소 올라갔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반응이다. 드폴 대학의 최진욱 경제학 교수는 코스코나 월마트를 보더라도 할인매점을 통한 대형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기존 영세업체들이 대형 시장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몇몇 슈퍼마켓들이 동업해서 대형 매장을 갖춘 뒤,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를 줄이고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면 한아름과 충분히 경쟁해 볼만하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 시카고에 있던 중소규모의 업체들도 그동안 쌓았던 명성이 있으므로 그 기반이 흔들리기보다는 향상된 서비스와 낮은 가격으로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식료품점을 비롯해 다른 업종들도 좀더 대형화함으로써 주류 사회까지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남겼다. 이를 위해서는 환불 시스템이나 고객 편의 서비스도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 시켜야할 것이다. 더불어 소규모 업체들은 대형 매장에서 제공할 수 없는 틈새 시장을 찾아서 특화시킴으로써 생존을 모색할 수도 있다.

2세 고객 확보하고 프랜차이즈나 투자이민 지원해 업종 다변화 유도

시카고 한인 은행들 간에도 LA 한미은행의 진출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작년에 시카고에 처음 진출했던 LA 중앙은행은 약 3개월 전에 링컨길로 확장 이전 한 뒤, 1천5백만달러의 예금을 유치하고 450개의 신규계좌를 개설해내는 좋은 성과를 남겼다. 중앙은행의 시카고 본부장을 맡았던 박진우씨는 시카고에 신규 유입 자금은 많지 않지만 축적된 자본은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렇게 은행 금고에 쌓여 있는 자금이 활발하게 돌면 시카고 한인 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이민 1세대들이 모은 자금이 2세대들의 창업과 투자 자금으로 어떻게 잘 연결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 전 본부장은 은퇴를 앞두고 있는 고객들에게는 매력적인 노후보장상품을,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좋은 조건의 대출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각 은행들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며 2세대들은 언어에 지장이 없어 미국은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한인은행으로 끌어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세대들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인은행들이 미국의 대형은행들과 경쟁해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갖추는 것이 필수이다. 아울러 세탁소, 미용재료업, 식당 등 업종이 한정돼 있는 시카고 한인 비즈니스의 다양화를 위해 한인은행들이 네일 업소나 인터넷 비즈니스 같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창업을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포스터은행의 김병탁 행장은 프랜차이즈 업소는 성공한 선두 업체에 사용료를 내고 그 노하우를 전수 받으므로 새로운 업종을 개척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 생각해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시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자본 형성 보다는 새롭게 유입되는 한인들이 갖고 있는 구매력이므로 각 은행들이 투자 이민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시카고 한인 사회가 심리적으로 많이 처져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체감 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시카고 직항 노선을 개통하며 시카고 신규 이민인구나 여행객을 증가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기존업체들이 LA와 뉴욕에서 시카고로 진출하는 대형 업체들과 함께 어떻게 정당한 경쟁을 펼치면서 동포사회를 성장시키는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