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대물림 위한 변칙 증여
법원, 前ㆍ現 사장에 배임죄 집유
검찰, 최고위층 관련여부 수사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발단이 된 삼성에버랜드(옛 중앙개발) 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해 법원이 “경영권 대물림을 위한 변칙 증여”라며 삼성에버랜드 전ㆍ현직 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건희 회장 등 삼성 그룹 최고위층의 공모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이혜광 부장판사)는 4일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 등에게 CB를 헐값으로 발행해 회사에 969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허태학 전 삼성에버랜드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노빈 현 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재용씨 보유지분의 정당성이 손상돼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삼성」値5揚?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재용씨 등에게 실제 주식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7,700원에 전환사채를 배정,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당시 삼성에버랜드가 긴급한 자금이 필요하지 않았는데도 ▦정족수 미달인 상태에서 이사회 결의만 거쳐 CB를 발행했고 ▦재용씨가 CB 인수자금을 미리 준비했으며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고 재용씨 등에게 인수자금을 증여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 삼성에버랜드의 주식가치가 최소한 주당 7,700원보다는 높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적정 주가를 판단하기 어려워 정확한 회사 손실액을 산정할 수 없다”며 손실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특경가법상 배임죄 대신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했다.
검찰은 조만간 당시 에버랜드 이사진을 소환, 이건희 회장의 개입여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2003년 12월 “법리적인 쟁점이 많아 우선 배임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은 뒤 공모 관계를 수사하겠다”며 허씨 등 2명만 기소하고 관련 수사를 사실상 유보해왔다. 검찰은 재용씨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법원이 특경가법상 배임죄 대신 형량이 낮은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이날 즉시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삼성에버랜드는 1996년 12월 주주인 계열사들의 실권을 이유로 재용씨 남매에게 CB를 발행, 재용씨 등은 96억원으로 이 회사의 지분 64%를 차지했다. 현재 삼성에버랜드는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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