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됐지. 그런데 정작 건네 줄 명함이 없지 않아.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그 허전한 심정은 또 어떻게 하고.”
30년 넘어 사회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쳇말로 ‘백수’가 된 한 초로의 신사가 한 말이다.
현직에서 물러나 아무 직함이 없다보니 그 흔하던 명함이 그렇게 새롭더라고 했다.
‘건네 줄 명함이 없다’-. 이민이란 특수 환경에서 살게 된 사람이면 짧든, 길든 한 번 정도는 겪게 되는 일 같다.
이민 와 열심히 일을 한다. 한국서의 신분은 모두 잊고. 그 일이란 게 그런데 그렇다. 별로 내세우고 싶지 않다. 돈은 버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적 정서상 ‘프라우드’하지 않아서다.
한국 사회는 신분지향(status-oriented)사회다. 한 저명한 역사학자의 정의다. 이 사회에서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스테이터스다.
그게 그런데 잘 충족되지 않는다. 이민 사회의 특수성 때문이다. 뭐 방법이 없을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나. 대안이 생겨났다. 단체장이란 타이틀이다.
반드시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LA 한인사회에서 한 때 가장 흔한 직함이 ‘아무 아무개 단체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단체가 난립했었다.
“글쎄, 그나마 단체장이란 타이틀마저 없어봐. 새해가 됐다고 영사관이 연하장이나 보낼 줄 알아.” 한 ‘올드타이머’ 단체장의 솔직한 심경고백이다.
조용히 사업만 하고 있으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회원이야 있든 말든 ‘아무개 단체장’이란 타이틀은 꼭 필요하다는 나름의 이론이다.
요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품위유지에 상당히 괜찮아 보이는 직함도 많아졌다. ‘‥ 이사’ 등등. 그러니 반드시 단체장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장’이란 타이틀은 여전히 매력적인 모양이다. 한인 단체는 계속 늘고 있다. 그리고 걸핏하면 갈라서는 게 단체이기 때문이다.
분규라는 게 그렇다. 내건 명분은 여러 가지지만 속내 이유는 감투싸움이기 십상이다.
이름뿐인 봉사단체는 물론이다. 교육관계 단체, 심지어 교회와 연관된 단체의 갈등도 그 밑바닥을 보면 대부분이 자리다툼이다.
단체싸움 공해로부터 해방되는 한인사회. 이게 도대체 가능한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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