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얼간이 같던 친구가 성인이 되어 갑자기 영화배우같이 변해 나타난 것과 같다’
최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현대자동차의 신형 소나타를 소개하며 이와 같이 재미있는 비유를 해 눈길을 끌었다. 조악한 엑셀 승용차로 처음 미국 시장에 뛰어든 지 19년만에 이제는 최상급 품질의 자동차를 내 놓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새 이처럼 미국 언론들의 한국차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진 듯하다. 한국차 브랜드들이 향상된 품질과 세련된 마케팅으로 미 자동차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더 이상 한국차를 그저 그런 품질에 싼값으로만 승부하는 수준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는 사라진 것 같다.
지난주 기아자동차가 새로 바뀐 소형차 ‘리오’를 출시하며 가진 언론 대상 시승회는 실제 한국차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음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대부분이 자동차 전문 잡지 기자나 기고가들인 시승회 참석자들의 한국차에 대한 평가는 품질면에서 어느 차와 견주어도 경쟁력을 갖출 만큼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모두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인 한 원로 기자와 한국차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가 “한국 자동차에 한인들이 큰 자부심을 느낄 것 같다”며 실제 그런지를 질문해왔다. 이에 “물론 그렇다”며 정색을 하고 답했지만, 속마음으로는 ‘과연 그런가’하는 반문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기아 관계자들의 이야기로는 미국에서 한인들에게 팔리는 한국차는 100대에 1대꼴, 그러니까 전체 판매량의 1퍼센트밖에 안된다고 했다. 이들은 품질은 정말 좋아졌는데 아직도 한국차를 한 수 낮은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한인들 사이에 더 심한 게 아니냐고 했다. 품질이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한인들이 한국차이기 때문에 현대나 기아차를 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지는 주장일 것이다. 아직도 리세일 밸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점 등 한국차들이 극복해야 할 부분들이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경제성을 꼼꼼히 따지는 한인 소비자들의 행위는 시장의 엄정함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차에 대해 주류에서 높이 평가해주고 있는 만큼 한인들도 한국차에 한번쯤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는 게 이번 시승회를 마치며 든 생각이었다. 한 기아 관계자가 말한 대로 ‘한인들이 한국차이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차이기 때문에 기아나 현대차를 탄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될 때가 이같은 인식차가 극복되는 때일 것이다.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고객들에게 품질의 우수성을 설득하는 일은 한국 자동차사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할 몫이다.
김종하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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