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인타운에 13명의 귀한 손님들이 다녀갔다.
언뜻 우리가 쉽게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라틴계로 보이는 이들은 다름 아닌 멕시코 이민 3~5세들로 엄연한 한인이었다.
8박9일간 한인타운을 돌아보면서 이들은 한인사회의 엄청난 규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각계에서 보여준 따뜻한 관심과 호의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고 19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짐에 선물로 받은 고추장을 가족들에게 전할 생각에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비록 겉은 라틴계와 비슷하지만 현지 사회에서 차별을 느꼈던 이들의 첫 미국 방문은 ‘동족’이란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과의 두 차례 만남도 인상적이었다. 비아라이고사 시장이 스패니시로 “나는 미국의 자랑스러운 멕시칸 이민자다”라며 “여러분도 멕시코의 자랑스러운 코리안이란 긍지를 갖고 열심히 살아달라”고 당부한 것은 이들에게 큰 감동이었다.
그러나 우리 후손들이 한인사회에서 시종 즐거움과 감탄만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멕시코 메리다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전화카드를 사려고 한 한인업소에 들어갔다가 직원이 다짜고짜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당황해야 했다. 우리의 현실인 라틴계에 대한 일부 한인들의 차별의식이 결과적으로 우리 후손에게 해를 입힌 셈이 됐다. 이들은 이 사건을 놓고 적지 않은 얘기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분명 우리가 반성하고 시정해야 할 문제로, 라틴계 커뮤니티와의 관계개선을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임을 일깨우는 또 하나의 동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멕시코 한인 후손들의 LA 방문은 장기적으론 멕시코 한인 후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또 이를 계기로 유카탄과 쿠바 등의 한 구석에서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후손들에 대한 미주 한인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도 서서히 일고 있다. 무엇보다 멕시코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반짝 관심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13명의 후손들을 초청하기 위해 한인들이 기금모금 행사도 열고, 한푼 두푼 지원금을 모은 것처럼 작은 관심과 정성을 모으면 큰 일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이민사를 발굴·보존하고, 후손들이 뿌리의식을 갖고 현지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LA 한인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요즘 메리다 지역 한인 후손들은 자신들이 ‘코리안’임을 숨기지 않는다고 한다. 막 피어나고 있는 이들의 자긍심을 우리가 도와줄 때다.
황성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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