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등 타지역에서는 한식당들이 고급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하며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부상하고 있지만 시카고지역 한국음식점들은 아직까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뉴욕 타임스는 맨해튼 일대에 미국 손님을 주요 대상으로하는 고급 한식당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를 크게 실었다. 맨해튼 32번가 한인타운에 밀집한 예전의 한식당들은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지글지글 갈비가 불판 위에 구워지고 정신없이 반찬을 나르는 종업원들을 연상시켰다면 이제는 달라졌다.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한인식당들은 한인타운에서 벗어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우아한 분위기에 품위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색. 공짜 반찬을 한번에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한가지씩 유료 반찬을 제공하며 한국 음식에 생소한 미국 손님들에게 친절한 설명도 곁들인다. 외국인이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것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기본이다. 빨리빨리 먹고 나가는 돗대기 시장이 아니라 여유롭게 한국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카고에는 미국 고객들을 주로 겨냥한 한식당은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그나마 외국 손님들에게 잘 알려진 편인 음식점들도 한인 손님을 맞아들이는 방식에 굳어 있다. 미국 손님들은 경기를 잘 안 타고 음식에 술을 곁드는 대신에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정식 코스별로 식사를 즐기기 때문에 한식당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정비율 이상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주요 고객층이다. 하지만 시카고 한식당들은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와 품격 높은 서비스보다는 한인들을 겨냥한 편안한 동네 식당 분위기와 신속함에 중점을 두는 서비스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계 손님 확보를 겨냥하고 오픈했던 상당수 한식당들도 당초 예상했던 목표를 채우지 못하기가 일쑤다. 종업원들도 조금만 반찬이 늦게 와도 금방 불만을 호소하는 한국 손님들의 눈치를 보느라 미국 손님들에 일일이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음식을 외국 손님들에게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2세 종업원수도 태부족이고 미국인들의 입맛에 딱 맞는 수준의 덜 매운 밑반찬도 크게 부족하다.
최근에 시카고 트리뷴지에 소개된 ‘솔가’는 주말에 오는 손님 중 중국이나 일본계가 약 35% 이고 백인계가 약 15%일 정도로 다른 인종들에게 널리 알려진 음식점이다. 솔가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경력의 주방장이 최상의 갈비맛을 내는 것은 물론 계절 별로 실내 장식을 바꾸면서 외국 손님을 유지하는데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최상의 서비스를 위해 종업원들이 아무리 바빠도 손님이 부르면 먼저 달려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오래 기다리는 불편을 주지 않고자 연회장을 제외한 홀 60석에 8명이나 되는 종업원을 배치하고 있다. ‘우래옥’도 고풍스런 전통가구를 통해 한국적 분위기를 가득 풍기는 것이 미국인 손님들을 불러들이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임을 잘 보여주는 경우이다. 미국인들도 한식당에 한인들이 붐벼야 그 맛을 믿고 식당 문을 열기 때문에 한인사회에서 인정받아야 미 주류 사회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인들을 보다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시카고 한식당들도 그들의 음식 문화와 취향에 대한 깊은 연구와 고민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