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은 찾는 사람 하나도 없고
유물은 창고서 먼지만 뽀얗게
LA 한인타운에 가기 위해 10번 프리웨이 놀만디 출구에서 내려 워싱턴 길을 지날 때면 오른편으로 로즈데일 공동묘지를 만난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색 바랜 비석을 본 적이 있다면 짐작했겠지만 이 묘지는 1884년 개장한 LA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공동묘지. 많은 한인들이 매일 출퇴근길에 이 곳을 지나치지만 그들 중에 이 묘지가 한인사회에 주는 진짜 의미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로즈데일 묘지·한인촌·공립협회 등
존재 조차 몰라 재개발되면 사라져
1) 미주한인이민
2) 숨겨진 독립운동
3) 방치된 유적지들
4) 미래를 조명하다
한국 보훈처에서 지정한 독립운동 시설인 로즈데일 공동묘지에는 한시대, 백일규, 홍언 선생 같은 독립투사와 김병국, 선우현, 김중수, 선우로사 같은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상당수 잠들어 있다.
하지만 이 곳에는 관련 사실을 알려주는 안내표지판 하나 설치돼 있지 않다. 상당수 한인 묘지는 후손들의 왕래가 끊겨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다.
무관심속에 방치된 독립운동 유적지는 로즈데일 묘지 뿐만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에만 흥사단 옛 단소, 동지회관, 한인경위대 훈련지, 레드랜드 한인교회터, 리버사이드 초기 한인촌, 김형제 상회와 저택, 공립협회 회관 자리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운 정도다.
교회사 연구가인 손상웅 목사는 “레드랜드 한인교회가 있던 장소는 현재 빈땅으로 버려져 있는데 이 곳이 재개발되면 소중한 자료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잊혀진 독립운동의 흔적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1908년 북미 대한인동지자회의가 열렸던 콜로라도 덴버도 그런 곳의 하나. 당시 광산에서 일하던 한인 노동자들이 많이 살았던 이 곳에서 독립운동의 대부 박희병 선생의 묘지를 찾아낸 것도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서재필 박사의 후손인 서동성 변호사는 “1910년 프리메로 탄광 개스 폭발 사고로 수 많은 한인이 희생됐는데 이 곳에 위령비라도 세우는 게 후손의 도리”라며 “다가올 이민 100년의 준비는 지나간 역사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바로 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운동 관련 유물 수집 및 보전도 유적지 관리만큼이나 시급하다.
대한인국민회관 복원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수십 박스 분량의 신한민보 관련 자료들은 2년이 넘도록 창고에 보관돼 있다.
이처럼 특정 단체나 기관에 소속된 자료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초기이민자의 후손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유물들은 한인사회의 관심이 없다면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민역사박물관 민병용 관장은 “미국 내 독립운동사와 관련된 귀중한 자료가 이미 많이 발굴됐지만 믿고 기증할 마땅한 곳을 못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커뮤니티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민사 연구가인 이선주 목사는 단체와 지도자 중심의 이민역사를 탈피해 민중들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주장한다.
그는 “수를 놓아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애국단 김혜원 할머니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민 1세들이 사용했던 생활용품 자체가 중요한 사료”라며 “그래도 민족의식이 남아있는 이민 3∼4세가 살아 있는 동안에 관련 사료를 정리하지 못하면 미국 내 독립운동사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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