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밀반군 소행 의심-양측 긴장 고조
(콜롬보AP.AFP=연합뉴스) 라크시만 카디르가마르(73) 스리랑카 외무장관이 12일 밤 수도 콜롬보 자택 근처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카디르가마르 외무장관은 스리랑카 반군단체인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해 불법화하려는 움직임을 주도해왔으며 스리랑카 군은 이번 테러를 이 단체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다.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대통령은 카디르가마르 장관 사망에 따라 13일 새벽부터 무기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에서 스리랑카 보안당국은 용의자를 체포하고 장기간 구금할 수 있다.
◇ 피격 전말과 배경 = 스리랑카 경찰에 따르면 카디르가마르 장관은 이날 밤 11시께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머리와 가슴에 총격을 받았으며 콜롬보 국립병원에 옮겨져 4차례에 걸쳐 긴급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딜란 페레라 언론장관은 카디르가마르 장관의 상처가 워낙 심해 수술에도 불구하고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카디르가마르 장관이 수영을 하고 돌아와 집에 들어가는 순간 피격됐다며 근처 건물에 저격수 2명이 숨어 있다가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군과 반군단체인 LTTE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자신들의 행위라고 밝히고 나선 단체는 아직 없다.
그러나 군 대변인 다야 라트나야케는 지난주 카디르가마르 장관의 집 주변에서 비디오 촬영을 하던 타밀족 2명이 경찰에 체포됐었다고 밝히고 장관이 타밀반군에 의해 살해됐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리랑카 정치인들에 대한 타밀 반군의 공격은 지난 2002년 2월 노르웨이가 중재한 휴전협상 이전까지 계속돼왔으며 지난 99년에는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대통령이 반군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기도 했다.
양측은 올들어 다시 스리랑카 정부의 쓰나미 피해복구 구호기금 분배 문제, 타밀지역 저명 인사들의 암살 등으로 인해 휴전협정 파기 위기를 맞아왔다.
1972년 이후 계속된 무장투쟁으로 6만5천여명의 희생자를 낸 스리랑카와 타밀 반군은 2002년 2월 노르웨이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그후 이견으로 평화 협상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쓰나미 참사 후 평화협상을 재개해왔다.
◇ 카디르가마르 장관은 누구인가 = 소수민족인 타밀족 출신으로 쿠마라퉁가 대통령의 측근인 카디르가마르는 2004년 4월 외무장관에 임명됐으며, 앞서 1994-2001년에도 외무장관을 역임한 적이 있다.
그는 외무장관으로서 LTTE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비난해왔으며 이 단체를 불법화하려는 국제적인 움직임을 주도해오면서 항상 반군의 테러 위협 대상이 돼 왔다. 그는 노르웨이가 주도하는 평화안에도 비판적이었다.
영국 옥스퍼드에서 수학한 변호사 출신의 카디르가마르 장관은 지적재산권 분야의 전문가이며 1959년 옥스퍼드 대학 출신자들의 토론모임인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장을 맡기도 했었다.
그는 첫 외무장관 시절 유엔에 대해 스리랑카 분쟁에 간섭하지 말라고 촉구했으며, 호주가 지난 96년 폭탄공격 이후 스리랑카에서의 크리켓 경기를 보이콧한 것에 대해 ‘적대적 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 국제사회 반응 =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카디르가마르 장관의 피격에 충격을 받고 애도하고 있으며 강한 어조로 이번 범죄를 비난했다고 스티븐 듀자릭 대변인이 전했다.
듀자릭 대변인은 아난 사무총장이 스리랑카는 평화와 국가통합에 헌신해온 존경받는 정치가를 잃었으며 이번 비극이 스리랑카 국민의 지속적인 평화를 성취하려는 노력을 약화시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해그럽 허크란드 노르웨이 휴전 감시단장은 카디르가마르 장관 살해가 ‘휴전과 평화 노력에 대한 중대한 타격’이라며 전쟁 발발을 생각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휴전감시단에 경보태세를 강화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의 고위 중재자인 에릭 솔하임은 카디르가마르 장관 살해의 범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타밀엘람해방호랑이가 가장 유력한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fai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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