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어항’ 저자 탈북자 강철환씨
탈북자 강철환(37·사진)씨. 북한의 실상을 담은 ‘평양의 어항’이란 글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얼마 전 백악관까지 방문한 그는 이제 좋든 싫든 국제적인 인사가 됐다. 일본 조총련계였던 할아버지가 숙청되면서 10세 때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 그 곳에서 10년간 시련을 겪었던 그는 요즘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프리덤하우스의 북한인권 행사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그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대북 지원은 당근과 채찍 필요”
“부시 면담 저자와 독자의 만남”
“한인사회도 북 인권 관심 필요”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을 빼놓을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개인적인 특별한 목적보다 내가 쓴 책을 보고 오래 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나를 만난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비약으로 단순히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었다고 본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나.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인권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북핵 문제 해결방안을 놓고 고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군사적 또는 물리적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 대통령은 나에게 “당신이 미 대통령이면 무엇을 하겠냐”고 묻기도 했다.
-6자회담이 재개를 어떻게 보나.
▲회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핵폐기 의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며 회담은 수단일 뿐이다. 한국정부는 회담 자체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반면 미 정부는 북한이 회담재개를 선언한 의중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핵문제 해결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수백만명이 굶어 죽으면서 만든 것이 핵이다. 이는 내부결속과 외부세계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수단이며 북한정권 유지의 중요한 수단인 만큼 쉽게 포기할 것이 아니다.
-대북 지원에 대한 의견이 한국은 물론 LA에서도 양분돼 있다.
▲개인적으로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나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 이후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해 결국 인권개선은 안되고 정권만 유지시켜 줬다. 북한에게 ‘자체 개혁 없이 외부지원은 없다’는 압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경제지원이란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 한국 보수층의 주장은 무조건 주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달리하자는 것이다. 체제개선 없는 지원은 북한주민만 죽게 된다.
-정치범 수용소 생활상을 소개해 달라.
▲1977년부터 87년까지 있었다. 한국에 정착한 뒤 ‘빠삐용’과 독일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 관련 책들을 접하면서 단지 개스실이 없는 것만 다를 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노동과 턱없는 급식으로 서서히 굶기면서 죽이는 지상의 지옥이다. 급식은 옥수수 소량과 소금 뿐으로 심각한 영양실조로 사망한다.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개구리와 쥐, 벌레까지 잡아먹어야 했다.
-우선 북한이 택할 수 있는 길은.
▲국가 집단체제가 아닌 개인농을 장려하면 현재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김정일 정권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화의 시발점으로 체재유지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란 점 때문에 안하고 있다.
-현재 조선일보 기자로 돼 있는데 바깥행사가 많아도 괜찮나.
▲주로 대북 관련 기획기사를 쓴다. 부시 대통령을 만난 뒤 인터뷰 요청이 쇄도, 더 바빠졌다. 많을 땐 하루에 5건의 인터뷰에 응하기도 한다.
-한인사회에 바램이 있다면.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 실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점도 있지만 잘못한 점을 줄일 수 있도록 한인사회가 일정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특히 북한인권이 우선적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최근 탈북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지원 또한 줄었다. 교계가 나서 이들을 지원했으면 좋겠다.
<글 황성락·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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