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얼마전 1년간 살던 아파트의 관리회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고는 기겁을 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시큐리티 디파짓이 돌아온 줄 알았으나 웬걸. 벽과 거울을 수리하고 카펫도 교체했으니 디파짓 외 400달러를 더 내라는 명세서였다. 김씨는 “카펫은 전 입주자가 사용하던 헌 것이고 벽과 거울도 상태가 좋지 않았었는데 자기들 맘대로 교체하고 돈을 청구할 수가 있나”라며 “칼자루는 랜드로드들이 쥐고 있으니 힘없는 입주자들은 당하기만 해야 하나”라며 한숨지었다. 그는 시큐리티 디파짓 환불을 포기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짓고 씁쓸해했다.
일부 비양심 랜드로드들의 ‘시큐리티 디파짓 떼먹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한인타운 옥스퍼드와 마라톤 코너 16유닛 아파트에 3년간 살다 최근 이사한 이모씨 케이스도 비슷하다. 아파트를 비워준 지 한 달이 다되도록 연락이 없어 이씨는 관리회사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매니저라는 사람으로부터 “페인트를 보통 수준으로 해서는 안 되겠고 카펫도 다시 깔아야한다. 현장 사진도 다 찍었는데 아마 돌려줄 돈이 없을 것 같다”는 말만 들었다. 이에 이씨가 “입주 당시 카펫은 허름했으며 3년 정도 살다보면 페인트는 더러워지는 것인데 무슨 말이냐.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더니 1,000달러가 넘는 디파짓을 그냥 먹겠다는 것이냐”며 강경하게 나가자 “아직 인스펙션이 안 끝났는데 기다리라”며 꼬리를 내리더라는 것. 이씨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관리회사에 디파짓 반환요청 편지를 발송했으며, 안될 경우 법적 수순까지 밟을 각오다.
아파트 시큐리티 디파짓 환불과 관련 일부 양심 불량 랜드로드로 인해 입주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한인들의 민원을 처리해 주는 한미연합회(KAC) 4.29중재센터의 에디 김씨는 “건물주-입주자 분쟁 대부분은 아파트”라며 “특히 시큐리티 디파짓이 큰 부분을 차지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분쟁센터까지 오는 케이스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많은 한인들은 테넌트 권리에 대해 무지하고 막상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몰라 ‘그냥 당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
부동산 전문가 김희영씨는 “과거에 손상되어 있던 것을 입주자 부담으로 전가하는 게 몰지각한 랜드로드들이 돈을 떼먹는 방식”이라며 “고의가 아닌 ‘시간이 지나며 자연히 훼손되는’(natural wear and tear) 카펫이나 페인트에 대해선 입주자의 책임이 없는데도 이를 랜드로드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오렌지카운티의 한 대형 아파트 관리회사는 부당한 방법으로 시큐리티 디파짓을 돌려주지 않은 것과 관련 집단소송을 당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건물주나 관리회사측은 변호사 등을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다 일부 관련 규정도 명확하지 않아 입주자들은 자칫하다가는 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제대로 대처한다면 비양심 랜드로드들에 맞설 수 있다. 김성환 변호사는 “3주내 시큐리티 디파짓을 돌려주지 않는 등 명백한 법규 위반 사항이 있는 경우 스몰클레임 코트에서 승소할 확률이 높다”며 “특히 건물주에 대한 요구사항 등은 문서화하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영씨도 법정에서도 ‘자연 훼손’에 대해선 대부분 입주자의 손을 들어준다고 전했다.
입주자들은 시큐리티 디파짓 관련 분쟁이 생기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KAC 중재센터(213-365-5999 ext.402)나 LA주택권리센터(213-387-8400 ext.34) 등에 연락하거나 스몰클레임(www.saccourt.com)을 신청할 것을 조언한다.
이해광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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