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조지 부시 대통령과 실무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측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예상대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북핵불용 방침을 재확인했고 한국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의 의미와 분석을 앞다퉈 내놓았다.
하지만 미 정치권의 반응은 의외로 조용했다. 긴급히 다뤄야 할 현안이 없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방미가 어떤 놀랄만한 결실을 도출해 낼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 의회 관계자는 “한국정부가 만나자고 해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뿐, 그 이상의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정상회담이란 화려한 겉보기와 달리 미 정치권의 무관심은 이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사흘 뒤인 14일 탈북자 강철환씨가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부시 대통령은 강씨에게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며 4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미 대통령이 탈북자를 만난 것도 이례적이지만 노 대통령을 만나지 며칠 안돼 노 정부의 정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인사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은 것은 누가 봐도 묘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노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되겠지만 두 만남은 분명 대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강씨와의 만남은 한미동맹 강화, 북핵불용, 6자회담 실현 등 원칙들은 그대로 이행하면서도 그동안 미국이 변함없이 주장해 온 인권문제 등 한국정부가 꺼려하는 이슈들에 대해서도 분명히 다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즉 미국이 세운 정책과 원칙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의 방미 의미가 축소된 셈이 돼 버렸다.
미측의 이같은 입장은 의회 내에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한미의원연맹 미측 의원들은 올 여름 한국방문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물론 곧바로 이어지는 일본방문에서도 이를 집중 거론할 예정이다. 또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에 대해서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동안의 북한을 둘러싼 한미관계를 살펴보면 시각과 인식, 그리고 접근방식에서 차이를 보여왔다. 한국은 항상 ‘미국과의 공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왔지만 어느 순간에 가면 미국의 일관된 원칙과 정책에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왔다.
원만한 북핵 해결을 위해 한미간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견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세계정책의 일환으로 북한을 접근하는 미국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한국정부의 정책이 공통분모를 잃지 않도록 이해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황성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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