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18분 선취골을 뽑아낸 박주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
쿠웨이트에 4-0 대승
한국축구, 중동 모래바람 잠재우고 독일행 확정
세계 9번째·아시아 최초 6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한국축구가 중동의 모래바람을 잠재우는 통쾌한 승리로 6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8일 쿠웨이트시티 알 카즈마경기장에서 벌어진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박주영, 이동국, 정경호, 박지성이 신나는 연속골 퍼레이드를 펼쳐 홈팀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이로써 A조 전적 3승1무1패로 승점 10을 확보, 오는 8월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예선 최종전 홈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독일월드컵 본선티켓을 손에 쥐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무승부로 원정 2연전 첫 단추를 불안하게 꿰었던 본프레레감독은 이날 시원한 승리로 2게임 원정여행에서 승점 4를 확보. 본선진출을 확정짓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6연속이자 통산 7번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6회 연속 본선진출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등에 이어 세계에서 9번째이며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한편 같은 조의 사우디 아라비아는 홈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을 3-0으로 완파, 3승2무(승점 11)로 한국과 함께 본선 진출이 확정됐고 B조에서는 조 선두 이란과 2위 일본이 각각 바레인과 북한을 제압하고 역시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아시아에 배정된 4.5장의 본선티켓 가운데 한국, 일본, 사우디, 이란 등 4장의 주인이 확정됐고 남은 0.5장은 바레인, 쿠웨이트, 우즈베키스탄의 각축으로 가려지게 됐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중동 사막의 폭염과 원정경기라는 핸디캡으로 인해 힘든 경기가 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모처럼의 쾌승이었다. 우즈벡전에서 부진했던 유상철과 박동혁, 안정환을 빼고 김정우, 김진규, 이동국을 투입한 한국은 이동국-박주영-차두리 스리톱에 김동진과 이영표 좌우 날개를 앞세워 쿠웨이트 수비진을 흔들기 시작, 전반 18분 물 흐르는 듯한 유연한 볼의 흐름으로 선취골을 뽑아냈다.
쿠웨이트 진영 중앙에서 공을 몰고 들어온 이영표가 왼쪽으로 오버래핑해 들어가는 김동진에게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러주자 김동진은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들어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해 들어가던 박주영은 상대 수비수 두 명에게 샌드위치 마크된 상황에서도 오른발을 뻗어 볼에 살짝 갖다대는 감각적인 터치슈팅으로 골 폭죽의 포문을 열어 ‘축구천재’의 성가를 재차 입증했다. 이 골로 박주영은 A매치 데뷔 2연속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10분 뒤인 28분 다시 한번 김동진-박주영 콤비의 합작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왼쪽에서 김동진이 쿠웨이트 수비진의 후방으로 절묘한 패스를 찔러주자 박주영이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는 대시로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잡았고 다급한 수비의 태클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 이를 이동국이 깔끔하게 성공시켜 스코어가 2-0이 되자 흥분한 쿠웨이트 관중들은 필드를 향해 물병등을 던져 경기가 10분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한국은 후반 들어 8분만에 박주영의 왼쪽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이동국이 노마크 찬스를 잡은 것을 살리지 못했으나 후반 9분 교체투입된 정경호가 필드에 나선 지 1분만에 페널티 아크지역에서 통렬한 오른발 강슛으로 골문을 열어 리드를 3-0으로 벌렸고 16분 박지성이 상대 오른쪽을 돌파한 뒤 사각에서 크로스를 예상한 골키퍼가 다이빙한 빈자리로 가볍게 볼을 밀어넣어 골 퍼레이드의 대미를 장식했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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