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10학년이 되는 조카가 드럼 배우기에 재미를 붙였다. 얼굴에는 분명 소년의 모습이 남아있지만 몸은 남산만큼이나 컸고 코밑에 수염도 시커멓게 나 때로는 성년의 모습을 풍기는 조카다.
동생은 조카가 어떤 악기 중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조카는 너무 큰 덩치에 어울릴 것 같지 않아서 인지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악기는 접어두고 드럼을 선택했는데 최근 드럼 두드리기에 물이 오른 모양이다. 간혹 연습을 할 때면 엄마를 붙잡고 연주를 들어달라며 강짜를 부리는 모습이 연주에 자신감이 붙었음을 보여 준다.
피아노·바이올린·플룻·첼로·비올라.....
악기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각종 악기를 배우는 한인 청소년들이 참 많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배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이들 중에는 미래에 진정한 연주가로 우뚝 서겠다는 큰 꿈을 갖고 자발적으로 악기 배우기에 열중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데이지에타 김씨는 80년대 초반 미국에서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미성의 소프라노다. 현재 50대 중반인 그는 지금도 노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바이올린 연주가, 빼어난 안무가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는 어린 시절 길을 걷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부끄러워 자신의 치마 뒤로 숨는 나의 성격을 고쳐주기 위해 처음에는 춤과 연극을 배우게 했고 조금 후에 피아노 레슨을 받게 했다. 그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명의 아들을 연주가로 키우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분을 알고 있다. 큰 아들은 피아노, 작은 아들은 플룻을 배우고 있는데 그 분에게 “왜 아들들에게 음악을 배우게 했냐”고 질문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 분은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음악 전문가들은 연주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음악인이 진정 원하는 길인지를 자신에 솔직하게 물어 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비록 위대한 연주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음악을 배우면 좋은 점이 많을 성싶다. 음악은 자기 만족감을 주고 창조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며 좋은 성격에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음악이 인생의 한 부분이 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곤경을 당할 때, 이겨내야만 하는 시련을 맞이할 때, 분노를 삭여야 하는 일을 겪을 때, 자신이 할 줄 아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감정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을 열심히 배워라. 오늘도 악기와 씨름하고 있는 한인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다.
황동휘
특집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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