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IC한인학생들, 4.29폭동통해 이민사 조명
할머니 오늘 뭐하시는 거에요? 데모하는 거야. 권리를 보장하고 피해 보상해 달라고... 비디오 속에 나오는 고령의 할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4.29폭동 데모에 참가해 피켓 시위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자 참가자들은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내 할머니, 내 가족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UIC대학에서는 한인 이민역사를 재조명하는 포럼이 열렸다. 영문학 및 아프리칸학의 한인 교수 헬렌 전씨와 KAUSE의 회장 데이빗 신씨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 모인 한인 학생들은 40여명. 모두들 14년전 LA에서 일어난 4.29 폭동의 현장을 담은 비디오 ‘4.29: 한인 여성들의 증언’의 영상에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내 아버지 내 어머니 같은 한인들이 피와 땀으로 일으킨 비지니스를 한순간의 잿더미로 날려버리는 장면에 숙연해진 분위기였다.
비디오 속 한 출연자는 미국에 오기 전에는 영화에서 본대로 창가에 꽃도 있고, 길거리에는 백인들이 걸어다니는 그런 곳이 미국인 줄 알았다. 와서보니 멕시코인 줄 알았다. 막막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LA폭동의 첫 희생자인 이재성군의 어머니가 당시 신문 흑백판에 나온 아들의 주검 사진을 보고도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가 입은 흰색 티셔츠가 피에 젖은 것이 검게 나왔기에 아니라고, 내 아들이 아닐 것이라고밖에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할 때는 참가자 중 일부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영상을 준비한 전 교수는 LA 폭동이 끝난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중서부 지역 한인들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타민족과의 갈등을 푸는 법에 대해 젊은 세대가 알아야 한다고 본다고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에 이민와서 훌륭하게 사업을 일으키고 터전을 잡긴 했지만 주류사회의 무시와 같은 비주류사회의 적대 속에 살고 있는 한인의 위치를 재조명해보고, 과연 이 문제가 끝난 문제인가,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없는가를 젊은 세대와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기획한 KAUSE의 데이빗 신씨는 이제 우리 단체가 생긴지도 1년이 되어간다. 좀 더 우리 자신의 문제를 깊이있게 알아보고, 다른 민족의 평화와 평등을 위해서도 고민하고 노력할 수 있는 눈을 기르기 위해 오늘 포럼을 기획했다. 한인 학생들이 진지하게 참석해줘 감사했다. 앞으로도 이같은 행사를 계획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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