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오락 프로그램의 가학성과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5일 SBS 오락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X맨을 찾아라’ 촬영 도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당한 개그맨 김기욱도 가학적 오락 프로그램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김기욱이 사고를 당한 코너인 ‘말뚝박기’ 게임은 일부 출연자들의 과열된 몸동작으로 위험성에 대한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엎드려 있는 출연자의 등에 올라타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날려 덮치는 연예인의 모습은 그 동안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위험천만했다. 가학적 웃음 때문에 인기를 모았던 탓에 아슬아슬 줄타기하듯 코너는 지속됐지만 결국 이는 한 전도유망 개그맨에게 큰 부상을 입히고 말았다.
지난해 KBS 2TV 오락 프로그램 ‘일요일은 101%’ 촬영 도중 MC 지석진이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고, 성우 장정진은 떡먹기 게임을 하다 질식, 결국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지는 등 오락 프로그램의 가학성과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는 계속돼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기와 시청률이라는 잣대 앞에 출연자의 안전은 헌신짝처럼 무시당하는 결과만이 빚어졌다.
‘일요일이 좋다’ 제작진은 사고 이후 “코너의 위험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출연자들에게 최대한 조심해서 게임에 임하라는 안전수칙을 요구해왔다”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대형 사고를 겪고서야 코너를 폐지하기로 했지만 그나마 ‘X맨’ 자체는 “효자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폐지 여부조차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또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또 사고 이후 제작진의 대응도 석연치 않았다. 사고가 일어난 뒤 한참 뒤인 이날 오후 6시께까지 함께 녹화에 참여한 연예인들과 그 측근들은 사고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임이 밝혀진 뒤에야 비로소 사고 경위 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칫 제작진이 사고 발생 사실 자체를 덮어두고 서둘러 무마하려 한 건 아닌지 의혹을 갖게 할 정도였다.
시청률이라는 잣대 때문에 연예인이 몸을 망가뜨리는 건 분명 시청자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 제작진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하는 사고였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김기욱은 결코 원치 않았던,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동현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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