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년을 맞으며
위안부 문제등 과거사 청산 기대
을사조약으로 빼앗긴‘간도 되찾기’
미주한인 중심 대대적 운동 펼쳐야
광복 60주년이 되는 2005년은 한인사회에 한민족의 지난 역사를 깊이 되새겨 보는 뜻깊은 해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일제의 강제징용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변호인단 및 지원단체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왼쪽부터 바른역사를 위한 정의연대 정연진, 헨리 유 공동대표, 김기준·한태호·배리 피셔 변호사, 정재원씨.
<진천규 기자>
복원된 국민회관은 우리의 고된 역사를 한눈에 살피고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줄 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된다.
2005년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36년간의 일제 압제에서 벗어난 광복 60주년이고 국가로서의 모든 권한을 박탈당한 굴욕적인 ‘을사보호조약’ 체결 100주년이며 독립 후 우여곡절 끝에 일본과 외교관계를 맺은 지 40주년이 되는 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제’ 또는 ‘일본’이란 역사의 아픈 덫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있다. 희미한 역사 의식, 세월이 변하면서 현실만을 중시하는 이기적 사고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을지 모른다. 과거 없이 오늘과 미래가 있을 수 없는 게 역사이며 미주 한인사회의 정체성 확립은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새해는 더욱 뜻깊은 해가 될 전망이다.
올해 미국에서는 한국사 및 한인 이민사에 매우 중요한 소송 두건이 계속된다.
그중 하나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강제노역 손배소송을 벌이고 있는 정재원씨 케이스이며 다른 하나는 일본 정부가 피고가 된 위안부 소송. 두 건 모두 일본이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60년이 넘도록 인정하지 않고 있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돼 있다.
한국 정부조차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들 소송의 결과는 한인, 그리고 한국인의 입장에선 ‘가깝고도 먼’이란 수식어가 붙는 일본과의 진정한 화해와 공동발전을 위한 전환점이며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두 건의 소송에는 많은 변호사들이 공동전선을 구축, 대항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홀로코스트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던 베리 피셔 및 마이클 하우스펠트 변호사를 주축으로 신혜원, 한태호, 김기준, 양지혜, 크리스 김 등 한인 변호사들과 데이빗 크로우즈, 빌 랜 리, 스캇 릴리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 바른 역사를 위한 정의연대(공동위원장 정연진·헨리 유), 2차대전 한인 피해자연합 등이 지원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중국 커뮤니티의 ‘알파-LA’를 비롯한 많은 관련 단체들도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매우 간단하다.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시인하고 국제사회에 공식 사과와 함께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는 또 중국의 ‘동북공정’을 저지하고 을사조약으로 빼앗긴 간도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한미인권연구소(회장 김재동) 등 한인단체들은 을사보호조약 체결 100주년이 되는 2005년을 계기로 지난 1909년 9월 청나라와 일본의 일방적인 협약체결로 빼앗긴 ‘간도’의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흥사단 등 여러 단체들이 참여하는 연합체를 구성하고 이를 해외 한인 네트웍과 연계, 대대적인 운동을 전개한다.
김 회장은 “국제사법재판소는 각 지역의 영토분쟁과 관련, 100년 이상 소유하면 주인으로 인정하고 있어 2009년이 지나면 회복이 어려워진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우선 을사보호조약의 불법성을 확실히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영토를 되찾아 오는데 미주 한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이들의 노력에 한인들이 힘을 보탤 때다. 후손들에게 분명한 우리의 정체성과 역사관을 심어주는데 이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광복 60주년의 참된 의미를 위해 한인사회가 나서는 해가 돼야 한다.
정체성 교육의 장 뿌리내린 ‘국민회관’
해외 독립운동의 거점
30여년만에 재개관
미공개 사료 복원 나서
30여년만인 2003년 12월 재개관한 대한인국민회관(1368 Jefferson Blvd).
일제에 항거해 해외 독립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주 한인사회의 정신적 지주이자 이민사회의 대표적 유적지로 발돋움한 국민회관도 광복 60주년을 맞아 더욱 활발한 사업들을 전개한다.
올해 중점사업은 크게 ▲존재가치의 극대화 ▲미공개 사료 복원작업으로 분류된다.
대한인국민회 재단(공동위원장 홍명기·백영중·김도기)은 국민회관을 700만 해외 한인사회를 연결하는 구심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이를 적극 알리고 이민사 및 독립운동 등을 주제로 다양한 학술행사를 펼치는 한편 영어권 2세들에게 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홍명기 위원장은 “작년 한해동안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은 대략 2,000여명”이라며 “이제 보다 조직화·제도화된 프로그램 개발과 한국학교 등과의 교류증대를 늘려 교육의 장으로서 활용도를 더욱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공개 사료의 복원과 보관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사업이다.
국민회관 복원공사중 천장에서 발견된 사료는 대략 2,000여점. 하지만 주요 공문까지 세분화시키면 실제는 1만여점에 이른다. 이 사료들은 장기간 방치되면서 상당수가 심하게 부식돼 자칫 먼지로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다.
이에 따라 재단측은 USC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복원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영구보존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힘겹게 재탄생한 국민회관이 영원히 한인사회의 보배로 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정적 재정확보를 위한 장기적 플랜 마련도 중요 과제로 재단측은 주 및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지원도 받아내 재무구조를 정상화할 예정이다.
중가주 리들리 초기 한인이민 선조들인 김호·김형순씨가 1만달러를 조성하고 한인사회가 모금한 1만달러 등 2만달러를 들여 1938년 4월17일 문을 연 국민회관. 오랜 세월을 보내며 한동안 한인사회의 관심밖에 놓였다가 이민 100주년을 맞아 한국정부 출원금 27만달러 등 총 40여만달러를 들여 재탄생한 이 사적지가 진정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한인사회에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 징용소송 정재원씨
해외서 첫 배상소송
5년째 힘겨운 싸움
지난 1999년 10월 캘리포니아 법원에 한 소송이 접수됐다. 일제에 강제 징용됐던 정재원씨가 당시 자신이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오노다 시멘트(현 다이헤이오)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주의회가 2차대전 전범국가를 상대로 피해자들이 2010년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특별법(일명 헤이든법)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이 재판이 관심을 모았던 것은 일본을 상대로 한 첫 해외 소송으로 향후 전개될 다른 소송의 시금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정부 차원의 대응으로 맞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및 ‘한일협정’ 등을 들어 이 소송이 성립될 수 없고 특별법이 연방정부 고유의 외교권을 침해한다며 본재판 진행을 가로막았다. 여기에 유대인 소송에서는 적극적으로 약자의 편에 섰던 미국 정부도 노골적으로 일본측 입장을 두둔하고 한국 정부의 미온적 자세까지 겹치면서 4년 넘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특별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던 주 항소법원이 스스로 다시 위헌으로 판정을 번복하면서 현재 연방 대법원에 항고중이지만 여건은 밝지 않다.
만약 대법에서도 패할 경우 사실상 일본을 상대로 한 미국에서의 소송 길이 막히게 돼 과거사 규명과 보상은 물 건너가게 된다.
정씨 소송 1년 뒤인 2000년 9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워싱턴 연방지법에 제기된 위안부 소송 역시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이 소송은 연방지법과 항소법원이 기각결정을 내려 연방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해 6월7일 연방대법원이 재산 및 인권침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외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내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평결(알트만 평결)을 내림에 따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인들의 위안부 소송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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