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정치적 역량 과시
유권자 증가, 어바인 시의원 동반 당선 등
올해 한인사회에서 일어났던 중요한 일 목록에 높아진 한인사회의 정치적 관심과 역량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3월 예비선거 이후 ‘한인사회에서 형성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는 예보가 있었다. 기류는 유권자 등록을 장려하는 거센 바람으로 발전했고,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리는 단초로 완성됐다. 이 덕에 한인 등록유권자 숫자가 지난 10월 기준, 1만8,000명을 넘어섰다.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이 더뎠던 OC 지역, 더군다나 시 승격 이후 30여년 동안 단 한 명의 아시안 시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던 어바인시에서 최석호(전 어바인 교육위원)·강석희(전 어바인 재정위원)씨 등 2명의 한인 후보가 접전 끝에 보란 듯이 시의회 문을 힘차게 박차고 들어가 주인공으로 더블 캐스팅 됐다.
사실 두 후보가 동시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입 소문을 타고 번질 당시 기대보다는 ‘하나도 힘든데 두 갈래로 쪼개지다니…’라는 우려가 더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가든그로브 시의원을 지냈던 정호영씨를 제외하고는 OC에서 한인 후보가 마지막 순간 샴페인을 터뜨렸던 전례는 한번도 없었기 때문.
그러나 ‘이번만큼은 우리도 힘을 한 곳에 결집해 우리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려 보자’는 열의가 판도를 뒤바꿨다. ‘한인 정치력 신장 운동’ 기치 아래 OC 한인회·OC 한미시민권자협회·한미연합회 OC 지부 등이 합심해 활발한 유권자 등록 캠페인에 나선 것.
거기에다 정치판에서는 신출내기나 다름없었던 강 의원은 쏟아지는 한인사회 후원의 손길에 힘을 얻었고, 최 의원은 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지기반을 다져갔다. 선거 당일 엎치락뒤치락 파고의 높낮이는 있었지만 결과는 ‘윈-윈’.
이제 그 열풍은 OC 한인사회 심장부 가든그로브를 들썩일 태세다. 지난 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된 빌 달튼 가든그로브 신임시장이 롤랜드 지(25)씨를 시 도시개발위원에 임명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봤을 때 지씨의 임명 가능성 소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하나같이 시 단위의 각종 위원 같은 작은 자리에서 정치계에 입문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OC 출신 아시안으로 최초의 주 하원의원이 된 밴 트란 전 가든그로브 시의원도 도시개발위원으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내년 3월에는 지리적으로는 아니지만 OC 생활권에 속해 있는 세리토스시 시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조재길·김찬용 두 한인 후보가 나섰다. 본인들은 나름대로 필승 승리전략을 갖고 있다며 자신하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예측 불가’다.
그래서 꾸준한 한인들의 유권자 등록과 선거 참여가 더욱 절실하다. 정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활로는 한인 정치인의 배출이고, 그 근저에는 유권자 등록과 투표권 행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비록 조국은 잃어버려 한때 난민이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그들을 무시하지 못할 만큼 강해진 베트남 사회를 바라볼라치면 ‘백명의 말뿐인 격려보다 무언의 한 표가 더 무섭다’라는 진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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