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순간, 아직도 충격 안가셔”
산소마스크 벗어져 한때 아찔한 상황
미 언론 취재경쟁 부모들 감격 상봉
동남아에 불어닥친 대해일 속에 극적으로 살아남은 한인 유진 김·페이 왁스 칼폴리 포모나대 교수 부부가 29일 오전 LA공항을 통해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했다. 당초 도착 예정보다 24분 늦은 오전 9시9분에 도착한 이들은 아직도 대재앙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김씨는 가지고 간 짐들을 모두 잃어버려 짧은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해일 발생 후에는 수염조차 제대로 깎을 수 없어 얼굴에는 수염이 덥수룩했다.
김씨 부부는 마중 나온 가족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곧바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은 인터뷰 내내 “운이 좋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고 있던 장소가 해안에서 12km 떨어진 지역이었는데 그 지역에 해일이 약하게 지나갔다는 것. 김씨는 “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던 사람들 가운데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도 위험했던 순간은 있었다. 처음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장소의 수압이 갑자기 강해져 쓰고 있던 산소마스크가 벗겨졌고 눈앞이 보이지 않는 ‘화이트 아웃’현상이 벌어졌다. 이 때 매스터 다이버의 손을 잡고 물 밖으로 나오던 왁스가 손을 놓쳤던 것이다.
물 밖에서는 배가 한 척 침몰했거니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스쿠버 다이빙을 계속했다. 이번에 물 밖으로 나올 때는 소용돌이가 강해 김씨가 배에 부딪치기도 했다. 이날 공항에는 김씨의 아버지 김동수(67·어바인 베델한인교회 장로)씨와 어머니 김송희(62)씨, 그리고 동생 패트릭 부부 등이 나와 이들을 환영했다. 김동수씨는 “아들과 34년 동안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반갑고 고마울 때가 없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이날 공항에는 CNN과 팍스 TV, KTLA 등 미 주류 언론들이 나와 본보가 기적적인 생존소식을 특종보도(29일자 3면)했던 유진 김·페이 왁스 부부에게 많은 관심을 표했다.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김씨의 장모 헬렌 왁스의 연락을 받고 공항으로 달려나온 언론들은 쓰나미 발생 당시 상황과 구조 과정 등을 자세히 취재했다.
인터뷰에서 김씨 부부는 방콕 주재 미 대사관측의 불친절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사고 후 태국 정부와 적십자사 등 구조단체들의 구조 지원은 너무 완벽했다. 그러나 미 대사관 직원은 찾기도 힘들뿐 더러 짐을 몽땅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여권 사진 값을 지불하라고 재촉하는 등 매우 불친절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또 “일부는 사진값 낼 돈조차 없어 주위 도움으로 겨우 값을 지불했다”며 어처구니 없어 했다.
이들 부부가 LA에 도착한 29일이 마침 김씨의 부인 페이 교수의 생일이어서 가족들의 감동은 더욱 컸다. 김씨의 동생 패트릭은 인터뷰 도중 “Happy Birthday, Faye”이라고 소리치며 페이의 생일을 알렸고 취재진들도 인터뷰 도중 생일을 축하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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