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경일<무용수>
서울의 높아진 물가와 동장군의 매서운 바람, 푸켓의 지진소식 등이 더욱더 내 마음을 쓸쓸하게 하는 한국의 겨울날이다. 이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해 독감에 걸려버린 몸을 추스르고 한강에 나와 세상일에 무관하다는 듯이 유유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지난 일년을 돌아본다. 만만치 않았던 타국에서의 생활이 유난히 힘들고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던 중 얼마 전에 읽었던 유츄프라 카치아라는 식물에 대한 생각이 났다.
우리가 흔히 “잠풀” 또는 “미모사”라고 부르는 유츄프라 카치아는 결벽증이 강한 식물로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벽증이 강한 식물도 한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아니 하루, 이틀, 삼일, 사일……. 계속해서 건드려 주면 죽지 않는다고 한다. 즉, 한번 만진 사람이 계속해서 애정을 가지고 만져줘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잃어버리기 전엔 애정과 관심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 오히려 그 관심과 애정을 부담스러워 하기까지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것이 내 앞에서 사라졌을 때 그때서야 우리는 그 소중한 것을 기억하게 된다.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어, 평범한 일상 속에 있어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들을 찾아서 좀 더 아끼고 지켜나가야 한다. 나는 누구의 유츄프라 카치아인가? 혹은, 누가 나의 유츄프라 카치아 인가? 내가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줄 수 있다는 것. 또는 누군가 나에게 지속적으로 애정과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내가 한국의 부모, 친구들과 떨어져 시름시름 앓아갈 때 내게 관심과 사랑을 준 친구들과 팬들이 있었기에 2004년의 미국생활이 힘들고 외롭지 않았고 지금 이 순간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기에 외롭지 않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우리가 사는 이유라고 했다. 2004년이 저물어 가고 있는 지금, 올 한해 나를 따뜻하게 해주었던 미국의 지인들과 한국에서 공연준비를 하며 애쓰고 있는 단원들, 스텝들, 그런 나를 묵묵히 지원해주는 가족이 나의 재산이며 가장 소중한 것들이다. 이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로 내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