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충성, 진리 등의 뜻을 지닌 1월의 탄생석은 가아넷이다. 색이나 모양이 비슷해 석류석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Granatus’로부터 유래한 가아넷(Garnet)은 청색을 제외한 모든 색상을 지니고 있으나, 붉은 계통의 색상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 쓰고 난 후, 깜빡거리는 커서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틀 전 연락이 온 S를 생각해 냈다. “Hello…” “야, 무슨 헬로냐. 나다 나. 잘 지내지? 크리스마스 이브 때 뭐 할건데? 2004년 마지막 날은 계획 있니?”
한국에 있는 ‘나의 그녀’가 전화를 했다. 내 또래 그녀는 시집 못 가고 있는 몇 안돼는 친구 중 한 명이다. 하도 바쁜 친구라 연락은 자주 못하지만, 전화 연락이 오는 날은 분명히 두 번째 데이트를 한 후 신이 나서 수다를 떨고 싶거나, 헤어지고 난 후 울고 싶을 때다. 전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짐작컨대, 이번에는 불행하게도 후자에 속한 경우인 듯했다.
10여년 전부터 그 친구는 ‘좋은 남자 만나 시집가서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소원이었건만, ‘좋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순조롭지 않게 되자, 토정비결까지 보러 갔었다. 그 선조 누군가가 도끼를 들고 서서는 그녀 가까이 오는 남자를 내리쳐서 결국 일이 잘 되지 않게 된다는 점괘를 듣고는 무척 심난해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문장이 하나 있는데, 헤어질 때마다 실컷 먹고 마시고 기분이 좀 나아질 때면 “야, 애인은 가도 여자친구는 남는다. 넌 내 곁에 있을 거지?”라며 씁쓰레하게 웃곤 했었다.
그녀가 멀리 타향에 있는 내게 전화해서 안부를 물을 때, 우리는 참으로 침착하게 반갑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젠 더 이상 호들갑스럽게 울거나, 또는 웃거나 하지 않아도 충분히 반갑고. 몇 마디 안부인사만으로도, 그녀의 목소리 톤만으로도 충분히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것만 같은 그녀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나의 보석’이다. 그녀를 버리고 간 그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옛 남자친구에게 나라도 달려가서 소리를 지르고 싶기도 하건만, 나의 역할은 하느님이 준비해 주신 ‘그녀의 보석’을 기다리는 동안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늘 곁에 남아 있는 친구가 아닌가 한다.
연말이, 크리스마스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남았을 날들은, 혼자 있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부담스럽고 불안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에는 남아 있는 가아넷 비즈 몇 개를 손수건에 바느질해서 보내야겠다. ‘봄이 올 때까지 잘 견디기! 우정을 수놓아서…’라는 작은 메모와 함께.
크리스티나 이 <보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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